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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19군사합의 효력정지, 득실 면밀히 따지라

입력 | 2023-10-12 00:36:00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잘못된 합의”라며 “시급히 복원해야 할 사안에 대해 최단시간 내에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로 감시·정찰 능력이 크게 제한됐고 이 때문에 “국가와 국민의 자위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19 합의는 수도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언급했다.

무인기 침범 등 북한의 잇단 9·19 합의 위반으로 정부와 여당에서 제기됐던 ‘파기’ 혹은 ‘효력 정지’ 주장이 최근 다시 떠오르게 된 계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다. 휴전선에 배치된 1000여 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하마스가 쏟아부은 로켓 공격의 몇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다. 시간당 1만6000발의 포탄 및 로켓탄을 쏴댈 경우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게 중요한데 9·19 합의에 막혀 정찰기조차 제대로 띄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린 합의를 우리만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9·19 합의의 효력 정지나 폐기를 선언하는 것은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주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이 합의마저 없어질 경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최소한의 안전판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대북 확성기와 전단 살포까지 재개되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추가적인 대남 도발 행위가 포착된 게 없는 상황에서 중동지역 전쟁을 계기로 합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와 군 당국은 9·19 합의의 효력 정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시점, 조건 등을 보다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의는 공중 비행금지구역 설정 외에 지상, 해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금지 등 20개 항의 세부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핵이든 재래식 전력이든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수단과 역량을 키우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9·19 합의를 모두 무력화시킬 경우 우리 안보에 미칠 득실 또한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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