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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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방문했을 때 도심부를 지나며 받았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과 같이 학교에 가고, 출근하고, 업무 미팅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뭔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섣부른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일상을 보내는 도시와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도시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중 상당수는 도시공간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도시공간과 우리 일상은 상호작용을 한다. 깨끗한 공기, 적절한 바람과 온도, 안전한 길, 쾌적한 벤치와 공원, 다양한 편의시설, 편리한 교통, 아름다운 경관 . 이렇듯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누리는 환경·사회·경제 서비스들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공간복지는 이런 개인의 일상과 닿아 있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교통·의료·위생·교육·복지 등의 도시 서비스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제공 영역이 한정돼 있다. 이유는 서비스의 특성상 거리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인구 수를 고려해 공급되기 때문이다. 즉, 이미 매력적인 곳이어서 거주 인구가 많은 곳은 더 많은 도시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크고, 소외된 곳은 도시 서비스를 적게 제공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공간 차등적 제공의 원리는 민간 영역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비교적 최근 등장해 유행하는 공유, 구독, 배송, 배달 서비스들이 그렇다. 이 서비스들은 추가로 질을 높이면서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인의 소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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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원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