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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세겹 신어도 뚫어” 독도경비대 70년 괴롭힌 흡혈곤충 정체는

입력 | 2023-09-18 09:08:00

독도점등에모기에 물린 모습. 독도 연구가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70여 년간 독도경비대원을 괴롭힌 흡혈성 곤충이 독도에만 서식하는 신종 모기로 확인됐다.

17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배연재 고려대학교 교수 연구진과 함께 2022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을 진행한 결과 해당 흡혈성 곤충이 파리목, 등에모기과, 점등에모기속에 속하는 신종 곤충으로 확인했다며 ‘독도점등에모기(Culicoides dokdoensis)’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1950년대 독도의용수비대로 활동한 고(故) 김영복 선생이 독도 생활에 대한 증언에서 독도점등에모기에 물린 경험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채널 ‘재단법인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 영상 캡처

이 종은 몸길이가 2~3㎜로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동안 깔따구로 오인됐다. 1950년대 독도의용수비대로 활동한 고(故) 김영복 선생도 독도 생활에 대한 증언에서 “깔따구가 워낙 많았었다”며 “여름에 양말을 두 켤레 세 켤레 신어도 깔따구가 뚫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독도점등에모기의 경우 주둥이가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깔따구와 달리 성충은 식물의 즙이나 꿀을 먹고, 산란기의 암컷은 척추동물의 피부와 모세혈관을 이빨로 찢어 피를 빨아먹는다.

독도 연구가인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는 “간지러우면 피가 나도록 긁거나 안 그러면 바늘로 따야 한다. 진물이 옆으로 흐른다”며 “몸 전체가 간지럽다”고 독도점등에모기에 물린 경험을 설명했다.

독도점등에모기 성충. 환경부 제공

독도점등에모기는 날개 앞쪽의 첫 번째 흰점 안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충은 부패한 동물 사체가 있는 물웅덩이에도 서식할 만큼 적응력이 높고, 성충은 빛에 이끌리는 성질을 보인다.

연구진은 독도의 지명을 딴 독도점등에모기의 형태 및 생태정보를 최근 곤충학 국제학술지(Entomological Research)에 투고했으며 올해 말 국가생물종목록에도 등재할 예정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독도수비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곤충의 실체를 70여 년 만에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독도경비대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등에모기류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