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석 정치부 차장
#1. “김만배 형님은 정말로 ‘사업’하고 있는 것 알고 있지?”
2019년 겨울 한 법조계 인사의 말이다. 법조 출입기자로 김만배 씨만큼 유명해진 사람이 있을까. 2012년, 2014년, 2016년 법조 출입기자 명단에는 김 씨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맨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2020년 출입기자 명단에서 김 씨는 그 회사 소속 10명 중 맨 아래에 이름을 걸쳐 둔다. 대법원 기자실에서 김 씨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기사만 안 쓰면 할 만한 직업이라는 우스개를 실현했는지 그는 2021년 9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나는 형, 그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했다. 법조계의 ‘혈관’을 꿰뚫는 그가 기자 명함을 들고 대장동 사업에 투신한 지 오래였던 셈이다.
#2. “마스크 안 하신 분 노크해 주세요. 저희가 나가겠습니다.”
#3. 2016년 겨울 바바리코트 차림에 삼성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던 박영수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표정은 근엄했다. 특검은 취재기자들과 오찬 뒤에도 1명당 1만3000원가량의 식대를 ‘더치페이’로 계산했다. 그러나 가짜 수산업자의 렌터카 차량 논란으로 시끄럽더니, 대장동 사업 청탁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자신에 대한 검사들의 수사를 두고 “너무 거칠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특검이야말로 특별수사통의 무늬를 가진 거친 강력 스타일”이라는 게 그와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동료의 평가다.
#4. 혈관을 볼 줄 아는 김만배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어디일까. 전임 대통령 사위에 대한 의혹을 캐겠다고 퇴직을 앞둔 보좌진과 태국까지 건너가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50억 퇴직금’ 논란이 안겨준 당혹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다. 물질보다 가치를 좇을 사람에 가까워 보이던 이들의 이면을 접할 때 갖는 서글픔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김 씨에게 책 3권을 판 대가로 1억65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직 언론인까지 등장했다. 김 씨와 신 씨의 대화가 왜곡 보도된 시점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던 때다. “한 점 성역 없는 수사”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그야말로 모두가 김만배의 사람들이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