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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中 요소 수출 중단”… ‘2년 전 오판’ 반복 말고 철저한 대비를

입력 | 2023-09-08 23:57:00


중국 정부가 자국 대형 비료업체 일부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내 요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이상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2021년 10월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으로 물류가 마비된 ‘요소수 사태’를 겪은 한국으로선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철저한 확인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료용 요소의 수출 통제 조치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 업체 한 곳이 수출 물량 축소 방침을 발표한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 ‘한한령’(한류 제한령)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외교라인의 설명만 듣고 안심할 수 없다. 2년 전에도 중국과 호주의 석탄 분쟁이 갑자기 요소 수출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곤 정부는 예상도, 대비도 하지 못했다.

2021년 ‘요소수 사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자원 의존, 구멍 뚫린 해외 정보 수집체계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 등이 빚은 참사였다. 당시 정부는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를 단순히 농업용 비료 문제로 오판했다. 산업 국토 환경 외교 등 어느 부처도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국의 조치 후 3주가 지나서야 첫 대책회의를 가질 정도였다.

정부가 늑장 대응하는 사이 교통, 물류, 건설, 의료 등 곳곳이 마비 위기에 놓인 국가 비상사태로 번졌다. 요소수를 넣으려고 주유소마다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가격이 10배로 치솟고 매점매석 행위도 발생했다. 승용·화물차를 넘어 소방차, 구급차, 건설기계와 발전소까지 멈출 지경이 됐다. 대안 없이 특정 국가에 공급망을 전량 의존하는 위험성을 깨닫는 계기도 됐다.

이번 상황도 언제든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요소수 사태 이후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비축량도 늘렸다지만 여전히 중국산 비중이 높다. 중국산 요소 수입 비율은 2021년 71.2%에서 지난해 66.5%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89.3%로 오히려 높아졌다. 최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자원 무기화 등의 불똥이 어디로 번질지 모른다. 공급망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