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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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화원의 주인인 청년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꽃은 상황이 안온할 적에 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시달리게 되는 경우에 스스로 살고자 하는 몸부림 안에서 피게 되는 거라고. 창가에 두어 기온과 풍광의 부침을 겪는 난(蘭)과 꽃나무가 오히려 자주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이것이 원예(園藝)의 정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아침마다 꽃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나는 굳이 그 말을 믿고 싶다. 더 정확하게 그날 나는 꽃보다는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으니까.
시인이 자신의 일상 속 경험을 엮어낸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