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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프리고진, 유능했지만 심각한 실수”… 美 “전용기내 폭발 통한 암살 가능성”

입력 | 2023-08-25 17:11:00

타스통신 홈페이지 캡처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침묵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심각한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숨진 지 약 24시간 만이다. 미국은 비행기 추락 원인으로 기내 폭발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TV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0명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탑승객 중에 “바그너그룹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프리고진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를 “복잡한(complicated) 삶을 산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는 살면서 중대한 실수들을 했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 또 내가 요구할 때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한 것처럼) 국가를 위해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거형 동사를 썼지만 그가 사망했음을 공식 확인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이날 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홈페이지에 엄숙한 표정의 푸틴 대통령 사진을 실었다. 2개월 전 프리고진 무장 반란 당시에는 분노한 표정의 사진이 실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추락할 무렵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 연설 중 ‘조국에 대한 군인의 헌신’을 강조하면서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겨우 억눌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기내 폭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보기관 예비 조사 결과 프리고진이 비행기 내부 폭발을 통해 암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추락 직전 급격하게 수직 낙하했고 파편이 반경 2km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기기 고장보다는 폭발이 더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암살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영국 BBC에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