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한미 금리 역전이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나,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가 빠르게 확산한 탓에 실제 인상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유지한 데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광고 로드중
ⓒ News1
한은의 지난 2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31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1000억원 급증해 역대 최대 잔액 기록을 경신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20.9조원) 이후 가장 컸다.
이에 전체 가계대출은 한 분기 새 10조1000억원 불어나면서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연스레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가계부채 증가는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다. 여기에 한미 금리차가 2%p까지 벌어지고 환율이 이달 1300원대로 진입해 연고점을 찍은 것 또한 인상 필요성을 높인다.
광고 로드중
일각에서는 중국 위기설에 따른 금융 불안 전이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나섰다.
무역수지 또한 이달 중순까지 적자를 쓰면서 월간 적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도체 경기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 News1
조금 잠잠해졌지만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과 비금융 연체율 상승 등 금융 불안 신호도 걸림돌이다.
광고 로드중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 펀더멘털을 보면 인상 요인이 크지 않고 오히려 인하 요인이 존재한다”며 “한은이 어떤 방향으로든 먼저 움직임을 보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물가 안정 상황도 한은의 금리 인상 유인을 낮춘다.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낮아지면서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한 물가 안정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물론 앞으로의 물가 오름세는 작년 기저효과에 따라 3% 내외 반등할 것으로 관측되나 내년 중에는 다시 2%대 중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은은 예상 중이다.
한미 금리 역전의 경우 중요한 것은 단순 금리차가 아닌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성’이라는 입장이다. 환율 역시 이달 들어 1300원대로 진입해 연고점을 찍었지만 아직 심리적 저항선인 1350원은 뚫지 못했고 지난해 말처럼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에 짓눌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자료사진) / 뉴스1
게다가 현재 글로벌 통화정책 트렌드는 어디까지나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다.
전 세계가 통화 긴축을 유지하거나 금리 인상의 고삐를 다시 죄는 가운데 한은만 홀로 완화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는 커다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칫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을 비롯해 금융 불안 가능성이 우려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금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는 매파”라면서 “물가 상승 둔화에도 계속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할 것이고, 완화적인 표현을 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완전히 잡히기 전까지 한은은 긴축을 강조할 것”이라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안정돼도 금리를 ‘조심스럽게’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리라고 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첫 경제 지표가 발표됐을 때 물가 압력은 안정된 반면에 경기와 금융시장에는 안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2월 정도에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경기 지표에서 이 같은 상황이 확인되지 않으면 인하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