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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인력 부족한 소화기 내과 응급 현장, 근본적 문제 해결을

입력 | 2023-08-17 03:00:00

이현웅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현웅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요즘 의료계의 화두는 수술 위주의 응급의료 관련 필수의료 대란이다. 그 이면에는 내과 관련 필수의료가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있다. 특히 소화기 내과가 특히 그렇다. 소화기분과 응급질환은 △식도나 위, 대장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위장관 출혈 △생선 가시와 같은 이물질이 식도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경우 △담석이 담도를 막아 급성 담도염과 담낭염을 발생시키는 질환 △장폐색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질환이다.

이와 같은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경우, 즉각적으로 소화기 내시경 시술을 하는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의 소화기분과 전문의들은 응급당직 스케줄에 따라 24시간 응급진료를 하고 있다. 문제는 소화기분과 전문의들이 과다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응급,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고 내과전공의 후 소화기 전임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30%가량 신규 소화기분과 전문의가 감소했다. 소화기분과 전문의가 없어 시간을 다투는 내시경 지혈 및 이물질 제거가 필요한 환자를 전원해야 할 경우, 환자는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높다.

기존의 소화기분과 전문의 수도 급감하고 있다. 현재 소화기분과 전문의 1세대들의 은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마다 최소 1, 2명 이상의 전문의들이 은퇴를 하거나 앞두고 있다.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 젊은 소화기분과 전문의들이 줄줄이 그만두면서 1인당 담당해야 할 응급, 필수진료 평균 건수가 수도권에 비해 많다. 이를 방치할 경우 지역 주민들은 응급 및 필수질환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화기분과 전문의 부족 현상은 응급 콜로 인한 밤샘 근무뿐만 아니라 주당 8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긴 근무 시간, 잦은 소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래됐다. 특히 지방에서부터 응급 시술과 최종 진료의 공백이 발생하여 환자의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최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응급의료체계 개편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질환이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치료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응급실로 내원하는 응급환자의 응급 진료 및 최종 진료의 상당 부분을 소화기내과 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소화기분과 전문의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도 시급하다는 뜻이다. 23일 ‘응급의료 및 필수의료로서 소화기분과 지속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웅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