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서울 구의역 인근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다. /ⓒ News1
서울 서초구의 이모씨(57·여)는 점포 앞 전동킥보드 무리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주차금지’ 푯말에도 아랑곳않고 이씨의 가게 앞에는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바람에 넘어지는 킥보드도 있었다. 이씨는 “태풍이 올라오던 10일에는 킥보드가 다 넘어져 길을 막지나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무단주차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바퀴가 작고 고정장치가 없는 전동킥보드의 구조상 강풍이나 폭우에 쉽게 휩쓸려 사고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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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뒷쪽 도로변에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있다 ⓒ News1
◇ 태풍 부는데 불법주차…“충돌 사고·배수 방해”
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던 10일 뉴스1이 서울 강남역과 건대입구역 인근 공유형 전동킥보드 45대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차도·자전거도로에 주차된 9대 등 모두 24대가 무단주차 상태였다.
전동킥보드의 무단주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는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람에 넘어지거나 홍수에 휩쓸려 사람이나 차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최모씨(33·여)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일부러 킥보드를 피해다닌다”며 “어디 묶여있는 것도 아니어서 언제 부딪힐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중심이 낮아 핸들 쪽으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넘어질 수 있다. 발목 정도 물이 차오르면 급류에 휩쓸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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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여름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내렸을 당시 차량과 전동킥보드가 급류에 떠내려가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인천 부평경찰서 인근 도로에 공유형 전동킥보드와 자전거가 넘어져 있다. (독자제공) 2022.8.8/뉴스1
◇ 옮기기도 어려워…“폭우 내리면 수거해야”
그러나 킥보드가 사유재산인 만큼 함부로 옮기기는 어렵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엔엘 변호사는 “킥보드를 옮기다 파손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일반인이 선뜻 옮기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고된 킥보드에 한해 견인하고 있지만 지정된 지역이 아니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섣불리 옮기기 어렵다. 공유업체들도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지역을 킥보드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위반을 해도 추가 과금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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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자연재해 발생 시 업체들이 스스로 킥보드를 수거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용주차공간 등 거점 구역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전동킥보드 전용주차장 191개소가 있다.
전 연구원은 “태풍이나 폭우가 예상되면 공유업체가 킥보드 일부라도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해야 한다”며 “이용자가 주차구역에 안전하게 주차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전동킥보드의 관리 강화 의무를 담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