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의 민간선박 나포 차단” 이란 “역내 불안 심화 시켜” 반발 호르무즈 해협 충돌 긴장감 고조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해군 5함대 소속 장병이 군용기를 탑재한 수륙양용함 ‘USS 바탄’에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피고 있다. 미 해군 5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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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민간 유조선 공격이나 나포 가능성에 대비해 미군이 추가 파견한 병력 3000여 명이 홍해에 도착했다. 지난달 5일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려던 이란 해군 함정을 막아선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에 이란은 미군의 병력 증원을 강력 비판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한 사실을 공개했다. 세계 원유 운송의 약 35%가 이뤄지는 이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뜨거워지자 양국 간 전쟁 직전까지 갔던 2019년 사태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해군 5함대는 7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사전 예고된 계획에 따라 바탄 수륙양용준비단과 제26해병기동대 등에 소속된 3000여 명이 6일 홍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장병은 헬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수륙양용함 ‘USS 바탄’과 부두에 상륙해 병력과 무기를 해안가에 배치하는 도크식 상륙함 ‘USS 카터홀’에 승선한다. 이번에 증원된 병력은 지난달 10일 미국 버지니아주를 출발해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6일 홍해에 진입했다.
미 해군 5함대 팀 호킨스 대변인은 AFP통신에 “이란의 민간 선박 나포 및 항행 방해 등을 차단하고 지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민간 선박들이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군 병력을 승선시키는 방안도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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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란 혁명수비대는 5일 호르무즈 해협에 자체 개발한 신형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서 미군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중동 지역 국가들 스스로 걸프 지역의 안전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곳을 지나갈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폭이 40㎞에 불과하며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사이 군사적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곳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원유 수급과 국제 유가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란은 그간 서방과 갈등을 빚을 때면 이곳을 지나는 각국 유조선을 일종의 ‘인질’로 삼았다. 미군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 2년간 나포했거나 나포를 시도한 민간 선박은 20척에 달한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