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곧 한국 떠나는 ‘국내 1호 아기판다’ 에버랜드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 유튜브 구독자도 100만 명 돌파 영상보며 멍때리는 ‘푸멍족’ 양산
판다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있다. 강 사육사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주려 하지만 푸바오는 강 사육사에게 더 관심을 보이며 가까이 안기고 있다.
이달 20일 세 살 생일을 맞은 ‘푸바오’가 대나무와 당근으로 만든 케이크를 먹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2020년 7월 20일 태어난 ‘국내 1호’ 아기 판다 푸바오의 만 3세 생일파티는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 될 수 있어서다. 이르면 다음 달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푸바오를 언제, 어떻게 보낼지 반환 논의가 시작된다. 푸바오가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자라나는 매 순간을 함께해온 에버랜드의 강철원 담당 사육사(54)는 훗날 푸바오에게 어떤 작별인사를 건네고 싶은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돌잡이에서 행복을 뜻하는 ‘워터우’(빵)를 잡은 아기 판다 푸바오를 강철원 사육사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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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경전철 전대·에버랜드역에 걸린 푸바오 생일 축하 광고판 앞에서 푸바오 인형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푸바오 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금해 푸바오 생일 축하 광고를 내걸었다.
● 세상 무해한 ‘가족 드라마’
에버랜드 판다월드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왼쪽)와 아기 판다 푸바오.
바오 가족의 일상은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시각각 공유된다. 27일까지 550여 편의 다채로운 판다 영상이 올라와 있다.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은 최근 구독자 수가 급증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유명 유튜버나 K팝 스타, 콘텐츠 제작 전문 채널을 제외하고 일반 기업의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한 사례는 드물다. 올해 상반기(1∼6월) 새로 늘어난 구독자만 해도 23만 명에 이른다.
이달 7일 태어난 푸바오 동생인 쌍둥이 판다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생후 20일 만에 찍은 것으로 판다 특유의 검은색 털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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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온 이별, 역주행의 시작
2020년 11월 4일 푸바오(福宝)는 생후 100일을 맞아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선물받았다. 판다는 초기 생존율이 낮아 안정기에 접어드는 100일 즈음 중국어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관례다.
실제로 2021년 7월 첫 생일 기념으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펴낸 ‘아기 판다 푸바오’ 도서가 출간 2년이 지나 역주행 중이다. 출간 당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에세이 분야 15위로 시작해 20위권 밖으로 내려가 집계가 안 되다가 올해 6월 넷째 주 15위에 재진입해 7월 넷째 주엔 12위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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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첫돌을 맞은 푸바오가 에버랜드 판다월드 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이날 에버랜드는 푸바오의 생일을 축하하는 ‘랜선 돌잔치’를 열었다.
떠나기 전 푸바오의 모습을 눈에 간직하기 위해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동안 ‘랜선 이모’만 하다가 이달 말 직접 푸바오를 보고 온 직장인 이모 씨(28·여)는 “‘언젠가 한번은 꼭 보러 가야지’ 하면서 시간을 못 내고 있었는데 이제 푸바오가 떠난다고 하니 막차를 타는 마음으로 다녀왔다”고 말했다.
● “할부지를 만난 건 행운이야”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육사라는 직업. 정든 동물과 헤어질 때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사육사는 “어느 누구와도 예정된 이별이기에, 이별 후에 잘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봄 바오 가족의 방사장에 유채를 심는다. 2016년 각각 3세, 4세 때 한국에 온 아이바오, 러바오의 중국 고향 방사장에 유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몫의 삶을 살기 위해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 푸바오. 푸바오에게 고향 땅 한국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저 아름다운 소풍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강 사육사에게 푸바오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딱 한마디’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물었다. 돌아온 강바오의 대답. “할부지를 만난 건 행운이야.”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