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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펠훈련에서 무술 동작까지… ‘그날들’ 빛낸 23명 액션군무

입력 | 2023-07-07 03:00:00

뮤지컬 ‘그날들’ 9년째 찰떡 궁합
신선호 안무감독-서정주 무술감독
“작품에 군무 녹아드는 ‘합’ 중시”




‘그날들’ 무대 리허설 첫날인 5일 서정주 무술감독(왼쪽)과 신선호 안무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액션을 좋아하는 점이 서로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검도 액션 더 크게! 동선 안 겹치게 조심해서 다시 해볼게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그날들’의 신선호 안무감독(51)과 서정주 무술감독(49)이 5일 리허설에 열중하고 있었다. 2013년 초연된 ‘그날들’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두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날들’은 청와대 신입 경호원인 정학과 무영, 한중 수교식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 ‘그녀’를 둘러싼 실종 사건을 그린 뮤지컬이다. 김광석(1964∼1996)의 명곡을 넘버로 편곡했다. 배우 유준상 엄기준 오만석 이건명이 정학 역을, 지창욱 김건우 오종혁 영재가 무영 역을 각각 맡는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넘버 ‘변해가네’에 맞춰 청와대 신입 경호원 무영(오종혁·가운데)이 훈련하고 있다. 경호원의 근엄함을 살려 안무를 짰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2일 개막하는 ‘그날들’은 앙상블 23명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 군무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6번째 시즌인 올해 공연에선 군무가 작품에 녹아드는 ‘합’을 강화했다. 1막 넘버 ‘변해가네’의 경우 기존 호신술 시범처럼 분절된 동작을 하나로 속도감 있게 연결했다. 신 감독은 “앙상블 오디션 때부터 개인의 역량보다는 전체적인 합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군무는 복싱,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의 동작을 조합해 완성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전문 무술 교육을 주 2회씩, 2개월간 받았다. 서 감독은 “연습 때마다 배우들은 물론이고 모든 동작을 시연하는 감독들의 티셔츠도 흠뻑 젖는다. 특히 15m 높이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현수하강)은 단 5회 차 연습만으로 습득해 낼 ‘강심장’을 찾느라 마음이 힘들었다”며 웃었다.

뮤지컬 ‘광주’ ‘마리 퀴리’ 등에 참여한 15년 차 안무가인 신 감독에게 ‘그날들’은 가장 많은 고민 끝에 안무를 만든 작품이다. 그는 “항상 주위를 경계하는 눈빛,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 등 실제 국내외 경호관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다. 넘버를 수천 번 듣고 두 달간 쪽잠만 자면서 만들었다. 제작진에게 ‘버튼 누르면 안무 나오냐’고 농담할 정도였다”고 했다.

서 감독은 두 번째 시즌 공연에 먼저 참여한 신 감독에게서 “무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2014년)에서 배우 최민식의 행동대장 역을 맡는 등 액션 배우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정장 입으면 보디가드, 추리닝 입으면 건달… 액션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단번에 수락했다”고 했다. 이어 “공연은 모든 회차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끝나야 하기에 수위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이날도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인 게 전부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멋진 작품과 배우들이 주는 희열이 훨씬 크거든요.”

9월 3일까지, 5만∼16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