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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베이비박스’ 만든 이종락 목사 “저출산? 영아 유기부터 해결해야”

입력 | 2023-07-04 11:50:00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3일 “국내에서 출생신고가 안된 영아들을 돌보는 곳은 베이비박스가 유일하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법과 제도가 미비해 낳은 아기도 못 돌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2007년 봄, 새벽에 한 남자로부터 아기를 교회 문 앞에 두고 가니 잘 보살펴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놀라서 대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굴비 상자에 아기(온유)가 담겨 있더군요.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았지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영아 유기. 관계 기관은 출생 신고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고, 국회에서는 의료기관에 출산 통보를 의무화하는 ‘출산통보제’가 통과됐다. 2009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69)는 3일 서울 관악구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베이비박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왜 출생신고를 안 하는지 깊은 고민 없이 법으로 강제하다 보니 자꾸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로 지킨 생명이 2090여명이나 된다고요.

“온유를 돌보기 시작한 뒤에 소문이 났는지 아기를 놓고 가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어요. 제일 급했던 게 언제 어떻게 놓고 가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기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온유도 굴비 상자 안에 있다 보니 길고양이가 먹을 것인 줄 알고 상자를 온통 긁고 있었거든요. 마침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착안해 철공소를 하는 친구와 직접 만들었지요. 아, 그리고 제일 먼저 이 말을 하고 싶은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간 엄마들을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로 매도하면 안 돼요.”

―버린 게 아니라는 게….

“도저히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아기를 살릴 방법을 찾고 찾아서 온 엄마들이에요. 진짜 비정하다면 길이나 산에 버렸겠지요. 왜 여기까지 찾아오겠습니까. 그걸 증명하는 게, 작년에 106명이 들어왔는데 이 중 30%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갔어요. 상담과 설득을 통해 마음을 돌린 거죠. 그래서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고 지켜진 아이들입니다.”

―앞서 고민 없는 법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됐다고 했습니다만.

“출생 신고를 하면 부모의 신원이 드러납니다. 10대 청소년, 성폭력과 외도로 인한 출산, 근친상간, 불법체류자 등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지요. 신고를 꺼리는 원인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병원에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병원은 신원 확인이 돼야만 받아줍니다. 그러니 이제는 집이나 숙박시설에서 직접 낳는 병원 밖 출산이 늘겠지요. 의료 시설이 있을 리 없으니 아기뿐만 아니라 산모도 위험한 상황이나 이미 늦은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그래서 임산부의 신원 노출 없이 출산이 가능한 ‘보호출산제’가 함께 통과됐어야 했는데….”

―왜 통과가 안 된 것인지요.

“출생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건데…. 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살아야 알 권리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기돼서 죽은 뒤에 알권리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나라도 선(先)지원, 후(後)행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기가 아파서 죽을 상태인데 주민등록번호를 받기 전에는 병원에도 못 가요. 지원도 안 되고요.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일단 생명부터 살리고 행정은 다음에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정말 아이러니한 게, 행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베이비박스를 찾아가라’라고 안내를 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들을 돌봐주는 곳이 베이비박스가 유일하니까요. 낳은 아기도 못 돌보면서 저출산 걱정을 왜 하는 겁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