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아비뇽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는 알프스에서 발원해 지중해로 흘러가는 론강이 유유히 흐른다. 론강에 있는 바르텔라스섬에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육중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교황청과 대성당, 생베네제 다리까지 아비뇽 역사지구의 건물이 강물 위로 비치는 풍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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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아비뇽은 14세기에 로마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이전해 7명의 교황이 재위했던 도시다. 인근 론강 유역에는 교황의 와인을 만들던 포도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매년 7월이면 세계적인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프로방스 도시로 와인 여행을 떠나 보자.》
●사냥 그림이 그려져 있는 교황청
7월의 아비뇽은 축제의 도시다. 건물 곳곳에는 오페라, 연극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길거리와 광장 곳곳에서 마임과 무용 공연이 펼쳐지는 아비뇽은 론 와인의 수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비뇽이 세계사에 기록된 ‘아비뇽 유수’와 교황의 도시라는 점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로마 바티칸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아비뇽 교황청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도 색다를 수밖에 없다. 아비뇽을 둘러싸고 있는 성채 밑으로 들어가면 교황청 밑 도심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차를 세우고 광장으로 올라오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딕 건물이 당당하게 서 있다. ‘팔레 데 파프(Palais des Papes·교황의 궁전)’. 면적 1만5000㎡에 이르는 육중한 석조 건물이다. 뾰족한 탑과 망루가 설치된 건물의 높이는 50m, 두께는 4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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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안으로 들어가면 대연회실, 기도실, 예배실, 회랑, 주방 등 20개가 넘는 방을 관람할 수 있다. 교황청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병영으로 변모하고, 19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면서 성상과 장식품 등이 대부분 파괴됐다. 그런데 입장할 때 주는 태블릿PC를 빈 벽에 비추면 중세시대 모습을 3D 증강현실 기술로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다.
아비뇽 교황청에 사냥과 낚시 등의 모습을 그린 벽화.
밖으로 나오면 교황의 정원이 펼쳐진다. 교황청 옆에 12세기에 세워진 아비뇽 대성당의 꼭대기에 4.5t 무게의 황금빛 성모상이 도시의 수호자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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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구시가를 걷다 보면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라 디빈 코메디(La Divine Comédy)’를 만난다. 프로방스의 명물인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거진 정원을 거닐며 산책할 수 있다. ‘라 디빈 코메디’는 이탈리아 대문호 단테의 ‘신곡(神曲)’이다. 이 정원을 걷다 보면 단테가 여행했던 천국과 지옥의 진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리라.
●교황의 와인, 샤토네프뒤파프
아비뇽 북쪽으로 12km 떨어진 언덕마을인 샤토뇌프뒤파프. 교황이 마시던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비뇽에서 북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언덕 마을인 ‘샤토네프뒤파프(Châteauneuf-du-Pape)’다. 절반쯤 무너져 내린 성 앞에서 만난 마리 조제 씨(오랑주 샤토네프뒤파프 관광사무소)는 손에 둥근 손잡이가 있는 고색창연한 열쇠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굳게 잠긴 성문 구멍에 열쇠를 밀어넣자 붉은색이 칠해진 나무 문이 열렸다. 14세기 교황의 별장 안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성은 원래 4개의 탑과 연회장, 화려한 장식이 있는 방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교황이 여름에 이 성에 올 때는 100∼200여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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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인 ‘샤토네프뒤파프’는 교황(Pape)의 새로운(Neuf) 성(Château)이라는 뜻이다. 아비뇽에서 두 번째 교황인 요한 22세가 여름 별장으로 지은 궁전이었다. 주변의 포도밭은 교황 전용 포도주를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됐다. 그러나 교황의 별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이 폭파시켜 북쪽 절반이 파괴된 채 텅빈 폐허로 남아 있다.
‘갈레 룰레’로 불리는 둥근 차돌이 가득 차 있는 샤토네프뒤파프의 포도밭.
샤토 드 라 가르딘 와인.
●고대 로마의 도시, 오랑주
오랑주 개선문.
오랑주의 명물인 고대극장.
글·사진 아비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