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객 급증하고 ‘엔테크’ ‘일학개미’ 주식투자 봇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엔화 및 일본 주식투자 관련 게시물들. [GettyImages]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이 모 씨의 말이다. 최근 일본 엔화 가격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이 씨처럼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물론, 환차익을 염두에 두고 엔화를 매수하는 등 ‘바이(buy) 재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증시까지 33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일학개미’도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금까지 외환투자는 해본 적이 없는데 엔화가 너무 싸니 안 사면 손해 보는 것 같다”거나 “일본 주식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있으면 괜찮은 종목이나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해달라”는 말들이 오간다.
●2015년 이후 첫 800원대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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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내에서는 2019년 ‘노(no) 재팬’과 대비되는 ‘바이 재팬’ ‘예스(yes) 재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게 그중 하나다. 항공통계에 따르면 6월 1~10일 국내 항공사의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을 이용한 여행객은 8만9847명이었다. 이는 1월 같은 기간(6만6741명)보다 34.6% 증가한 수치다. 일본 여행객은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에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들어 국내 여행사의 일본 여행상품 예약 건수가 크게 증가한 데다, 이들 여행사의 6~8월 일본 패키지 여행상품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기 때문이다.
‘엔테크’(엔화+환테크)에 나서는 사람도 늘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5월 기준 엔화 매도액(은행이 고객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 금액)은 301억6700만 엔(약 2748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228억3900만 엔·약 2080억5000만 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32%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2억 8500만 엔·약 572억5300만 원)보다는 5배 늘어난 규모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5월 말 기준 6978억5900만 엔(약 6조3571억 원)에서 6월 15일 8109억7400만 엔(약 7조 3875억 원)으로 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말 잔액(5862억3000만 엔·약 5조3400억 원)과 비교해 38%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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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일본 투자 5→8.5%
바이 재팬 열풍은 엔화를 넘어 일본 주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 증시 호황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6월 들어 일본 증시는 유동성 증가에 따른 자금 유입과 자동차·반도체 등 기술주 강세로 3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닛케이)는 6월 13일 전거래일 대비 1.8% 오른 3만3018.65에 장을 마감했다. 199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가 3만3000 선을 돌파한 것이다.일본 증시 상승세에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버핏 회장은 4월 11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종합상사들에 대한 지분 보유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0년 8월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평균 5% 이상 보유했고, 최근 지분율을 7.4%까지 늘렸다. 6월 20일에는 자회사 내셔널인뎀니티를 통해 이들 종합상사에 대한 지분율을 8.5%로 한 번 더 끌어올렸다. 이 지분 가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외 해외에서 보유한 전체 주식 가치를 웃돈다.
일본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싸진 엔화를 들고 국내 증시보다 활황인 일본 증시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분기(4월 3일~6월 20일)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2만1447건, 매수 금액은 4억3631만 달러(약 5614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4~6월과 비교했을 때 건수(1만5585건)는 37%, 금액(2억3093만 달러·약 2981억7680만 원)은 88%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미국, 홍콩, 중국 등에서는 되레 국내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들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6월 20일 기준)은 개별 종목은 소니그룹, ETF는 ‘GLOBALX 일본 반도체 ETF’로 나타났다.
●월가 “일본 증시 추가 상승 가능”
전 세계적 긴축 흐름에서 벗어난 일본 정부의 저금리 기조가 엔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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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5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