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엘리엇에 1400억 지급’ 불복 고심… 엘리엇 “불복땐 추가비용 가중”

입력 | 2023-06-22 03:00:00

ISD서 ‘배상금 690억+이자’ 판정
법무부 “분석후 취소소송 여부 검토”
엘리엇 “정부 불법개입 이미 입증”



법무부 2022.6.19/뉴스1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한국 정부가 배상원금 약 690억원에 이자와 변호사비 등 약 14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온 가운데 정부가 “불복 여부를 심도 있게 고심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엘리엇 측은 “중재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 나가면 추가 소송 비용 및 이자를 발생시켜 (한국) 국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며 배상 이행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21일 “전날(20일) 받은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지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정문을 분석하고 어떤 추가적 조치를 할지 숙고한 뒤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3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왔을 때 법무부가 즉각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냈던 것과 온도 차가 있다. 삼성 측도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억7000만 달러(약 99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ISD를 제기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포함된 국정농단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기소했다.

실제로 중재판정부는 300쪽이 넘는 판정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정부의 불법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지난해 4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유죄를 확정한 판결문 내용도 근거로 제시됐다고 한다.

엘리엇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 관료와 재벌 간의 유착관계로 인해 소수 주주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 및 형사 절차를 통해 이미 입증한 바”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중재지인 영국 런던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부가 심리를 통해 해당 판정 취소 및 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배상액 조정 등 중재안이 나오진 않으며 취소소송 결론이 나오면 불복 절차는 바로 종결된다.

한편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도 같은 이유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를 제기해 진행 중인 만큼 비슷한 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