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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발레로 풀어낸 ‘백조의 호수’… 맨발 무용수 26인의 외침

입력 | 2023-06-21 03:00:00

佛프렐조카주 발레단 내일 국내 초연
“고전 발레 해체 2막 원형군무 백미”
환경파괴 비판적 이야기로 재탄생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2막 원형 군무. 무용수들이 손과 팔로 백조의 머리와 목을 표현해 실제 백조처럼 보인다. 호숫가 배경은 무대 세트 대신 영상과 조명만으로 구현했다. LG아트센터 제공 ⓒJC Carbonne

흰색 튀튀를 입은 맨발의 발레리나들이 원형으로 모여 선다. 오른팔을 동시에 들어올려 천천히 손목을 굴린 뒤 손가락을 오므리는 모습은 호숫가에서 주위를 경계하는 야생 백조와 꼭 닮았다. 16마리의 백조로 분한 무용수들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정경’ 선율에 맞춰 등을 둥글게 말았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강렬한 군무를 펼친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22∼25일 국내 초연되는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2막 원형 군무 장면이다. 발레단을 이끄는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66·사진)는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2막 원형 군무는 고전 발레의 클리셰를 해체한 자유의 송가”라며 “발레 역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일은 두렵지만 동시에 나를 깨어 있게 한다”고 밝혔다. 1995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상, 199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그는 ‘현대 발레의 거장’으로 불린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볼쇼이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과 손잡고 여러 작품의 안무를 짰다.

2020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는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 ‘스노 화이트’(2008년)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스토리 발레다. ‘백조의 호수’는 26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2019년 ‘프레스코화’ 이후 4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주인공 오데트와 지크프리트의 사랑을 다룬 원작은 오늘날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악마 로트바르트는 부패한 사업가로 탈바꿈해 호수 속 화석연료를 캐내려 한다. 오데트와 지크프리트는 각각 환경운동가, 시추기 판매회사의 상속자로서 함께 로트바르트에 맞서 싸운다. 프렐조카주는 “사랑 이야기를 유지하되 산업과 금융의 세계로 치환하고 싶었다”고 했다.

춤은 19세기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토대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3막 무도회가 열리는 궁정은 칵테일 파티장으로 옮겨갔다. 검은 옷을 입은 25명의 무용수는 ‘ㄷ’자 대형으로 의자에 앉아 양팔을 벌려 크게 날갯짓한다. 프티파 버전에서 권력을 상징하던 지크프리트의 어머니는 아들과 2인무를 추며 지크프리트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안무에는 실제 동물의 행동이 녹아 들었다. 그는 “내면의 충동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강조하려 했다”며 “새가 날아오르기 전 땅에서 쉬고 있는 자태를 팔의 움직임과 뛰어오르는 동작 등에 담아냈다”고 했다.

음악 역시 일부 곡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그는 “공연의 90%는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나머지는 뮤지션 ‘75D’가 작곡한 빠른 비트의 현대음악으로 채웠다”며 “발레곡 이외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서곡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5만∼11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