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모차 밀며 걷고 산길 뛰고… 대전에 새긴 추억

입력 | 2023-06-19 03:00:00

대전트레일온런-보훈둘레길 걷기
유모차-휠체어 코스 별도로 마련
걸으며 달리며 가족 사랑 다져




‘2023 대전트레일온런 겸 보훈둘레길 걷기’ 10K(km) 부문에 출전한 조성연 씨(40)가 17일 결승점인 국립대전현충원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5K 걷기를 마친 딸 미라 양(11)과, 아들 류신 군(9)이 웃으며 아빠를 맞이했다. 이어 아내이자 엄마인 데라다 미나 씨(37·일본)가 24K 트레일온런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네 식구는 거의 네 시간 만에 다시 모였다. 3시간56분28초의 기록으로 여자부 2위에 오른 데라다 씨는 “서울에서 와 어젯밤을 찜질방에서 보냈다”면서 “이번 대회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둘러싼 갑하산 일원에서 열린 대전트레일온런 대회 24K(km) 부문 참가자 김주은 씨가 오르막 구간을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24K, 10K 트레일런과 5K 걷기 부문에 총 1800여 명이 참가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트레일온런은 원래 들과 산, 사막 등 비포장길을 걷거나 뛰는 대회다. 다만 이번 대회는 유모차나 휠체어 사용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포장도로를 걷는 5K 코스도 따로 마련했다. 덕분에 구민수 씨(37)도 생후 100일이 되지 않은 막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남편, 두 딸과 함께 5km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예전에도 아이들과 동아마라톤에 나간 적이 있다”는 구 씨는 “걷기 대회는 처음인데 코스가 편해 막내가 아주 잘 잤다”며 웃었다.

김동식 씨(42)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249’(풀코스 2시간 49분 이내 완주)를 달성할 정도로 마라톤 실력자지만 트레일온런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 씨는 “마라톤처럼 계속 뛰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첫 오르막부터 다들 걸으셔서 깜짝 놀랐다. 14km쯤 가니 이미 허벅지가 다 굳더라. 앞의 분들 따라 겨우 완주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3시간42분16초로 남자부 3위에 올랐다.

24K 남자부 1위는 황형민 씨(35)가 차지했다. 황 씨는 결승선을 3시간20분37초에 통과했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트레일런 세계선수권대회 45K 부문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황 씨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트레일온런은 UTMB 참가 자격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대회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사회공헌 사업으로 열린 이번 대회 수익금은 푸르메재단의 발달장애 청년 자립 지원 사업에 쓰인다.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