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시 구좌읍 한국폴로클럽(KPC)에서 데뷔 경기를 하고 있는 중고교생 선수들.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달리는 말 위에서 스틱을 휘둘러 공을 딱 하고 맞힐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멈춰 있는 골프공을 잘 치기도 어려운데, 달리는 말 위에서 구르고 있는 공을 맞힌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한국폴로클럽 최용호 이사)
축구장 6배 크기의 잔디밭. 말을 탄 8명의 선수가 공을 쫓아 쏜살같이 달려간다. 달리는 말 위에서 긴 스틱(맬릿)을 휘둘러 하얀 공을 맞히자 ‘탕’ 하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우두두두∼” 하며 육중한 말들이 지축을 박차는 소리가 심장을 쿵쿵 울린다. 이어지는 박수 소리와 환호성. 서양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인 폴로 경기를 한국에서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낯설면서도 신기한 현장이다.
제주시 구좌읍 한국폴로클럽(KPC)은 한국과 일본 지역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만들어진 폴로 경기장이다. 2010년에 문을 연 폴로 경기장의 클럽하우스는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의 유작이다. 탁 트인 전망을 갖춘 카페와 야외 수영장과 콘도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영국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명문대 폴로팀을 제주로 초청해 친선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폴로는 경쟁의 스포츠라기보다는 ‘사교’의 스포츠다. 경기 중간에는 선수와 관람객들이 잔디밭 위로 내려와 말들이 달리면서 생긴 디벗(divot) 자국을 함께 밟아주는 전통이 있다. 각국 왕실이나 귀족, 세계적 기업의 오너가 폴로클럽 회원으로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남종훈 한국폴로클럽 부대표)
한국폴로클럽 1층 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 초대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부문에 선정됐던 전 작가는 전통 한지(韓紙)로 작업한 ‘집합(Aggregation)’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는 약봉지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삼각기둥을 한지로 감싼 후 매듭을 묶어 재배열하는 독특한 입체 회화 ‘집합’ 시리즈를 창조해냈다.
한국폴로클럽 고영만 대표는 “동양적 철학의 사유를 본인만의 개성으로 표현해낸 세계적인 작가를 올해 첫 전시로 모시게 돼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폴로클럽에 예술과 문화를 접목함으로써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