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양반촌 돌담길의 풍요 기운… 보양 온천수에 담가 보니[수토기행]

입력 | 2023-06-10 03:00:00

아산 외암민속마을과 도고온천
입구에 ‘신선 세상’ 새겨 놓은 곳… 돌, 말, 양반 많아 三多로 유명
삼국시대부터 소문난 왕들의 보양지… 온천수로 파도타기까지 즐겨
현충사에서 곡교천 은행나무길까지… ‘건강 보양길’서 몸과 마음 충전을



아산시는 온양·아산·도고온천 등으로 유명한 ‘온천의 고장’이다. ‘충청도 1호 보양온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사진)에는 실내외 온천 풀장과 스파, 숙박용 카라반 등이 갖춰져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불문율 같은 게 있다. 빼어난 풍경, 생동(生動)하는 기운이 있는 곳에서는 최소 하룻밤 정도는 묵는다는 것이다. 인체는 잠잘 때 몸과 마음이 이완되면서 외부의 좋은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아산시의 외암민속마을이나 유서 깊은 도고 보양온천 등에서 굳이 1박 2일 여행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풍요 기운 넘실대는 외암마을 돌담길

외암마을 전경. 돌다리(오른쪽 위)가 놓인 물길이 반계천이다.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입구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널따란 석각(石刻)이 있다. 마을 진입로인 돌다리(반석교) 아래쪽 암반에 새겨진 ‘외암동천(巍巖洞天)’과 ‘동화수석(東華水石)’이라는 글씨다. 외암동천은 외암마을이 신선들이 사는 별세계임을 뜻하고, 동화수석 역시 물과 돌이 어우러져 선계(仙界)처럼 아름다운 공간임을 의미한다. 도교 용어인 ‘동천’ ‘동화’는 보통 세속과 떨어진 채 아름다운 산수가 펼쳐지는 곳을 가리킨다. 그런데 외암마을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공간을 버젓이 ‘동천’이라고 내걸고 있다. 신선이 머물 정도로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외암마을의 500여 년 역사를 지켜온 느티나무. 

외암마을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조선 중기에 형성된 후 현재도 60여 가구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전형적인 양반 고택과 전통 정원, 5.3km에 달하는 돌담길, 볏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 등 조선시대 향촌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으로 불리는 곳이다(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

마을은 입지 조건부터 범상치 않다. 우선 마을 입구 반석교 밑으로는 반계(磐溪)라고 불리는 개천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고 있다. 반계천은 또 마을 뒷산인 설화산 쪽에서 발원해 마을의 동남쪽 경계를 따라 흐르는 실개천과 합류해 더욱 튼튼하게 마을을 보호하는 모양새다. 선계인 외암마을을 속계(俗界)로부터 차단하는 결계(結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도 모자랐던지 두 개의 자연 하천 외에 인공(人工)을 가미한 물길도 있다. 마을 상부 쪽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정비해 마을 내부를 통과하게끔 유도한 다음 반계천으로 흘러내리도록 한 물길이다. 이 물길은 생활용수, 정원수 등으로 마을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이처럼 이중삼중으로 물길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곳에서는 부자들을 배출하는 기운이 강하다고 본다. 풍수에서 물길은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마을을 대표하는 양반가인 건재고택(영암군수댁), 송화댁, 교수댁 등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사랑 마당에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놓고 살 정도로 부잣집들이었다.

마을 가운데 안길과 그 좌우로 뻗어 나간 샛길은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돌담길이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과 정감 넘치는 초가를 구경하며 천천히 거닐다 보면 풍요의 기운이 몸안에 스며드는 듯하다. 5km가 넘는 돌담길을 걷다가 중간중간 무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전통 식혜와 차, 조청 등으로 주전부리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조선의 유민이다!”
외암마을은 예부터 삼다(三多)의 마을로도 유명했다. 삼다는 돌·말·양반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마을 길이 전부 돌담길이듯 돌이 많고, 말(글 읽는 소리)이 많고, 양반이 많은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반가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 참판댁(중요민속자료 제195호)이다. 대한제국 시기 규장각 직학사, 궁내부 특진관(참판급 벼슬로 현재의 차관급) 등을 지냈낸 퇴호 이정렬(1868∼1950)의 고택이다. 그는 일제의 침략 야욕을 저지해야 한다는 상소를 수십 번이나 올렸지만 효과가 없자, 고종이 참석한 아침 조회에 등불을 들고서 말을 거꾸로 탄 채 출근하는 시위를 벌인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목숨을 건 시위에 대해 “나라가 그믐 밤중처럼 깜깜해 등불을 들었고, 왕실 호위 군사들이 칼로 내리칠 때 무의식적으로 몸이 피하지 않도록 거꾸로 말을 탔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낙향해 칠은계(七隱契)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하는 등 충남지역 항일운동을 이끌었고, 사망할 때까지 일제에 굴종하지 않는 ‘조선의 유민’으로 살았다. 같은 마을의 예안 이씨 일가인 이성열(교수댁)도 뜻을 같이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했다.

외암마을의 건재고택 내부. 마당의 정원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명소로 유명하다. 아산시 제공

건재고택은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고택 사랑 마당 내에 자리한 연못과 정자, 인공 수로 등은 신선 세상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재고택은 추사 김정희의 두 번째 부인(이간의 증손녀)의 친정이기도 하다. 가옥에는 추사 서체의 편액들이 눈에 띈다. 건재고택은 개방 시각이 정해져 있으므로 탐방 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외암마을에서는 감찰댁 등 전통 한옥에서 민박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거리도 준비돼 있다. 전통의상 체험을 비롯해 전통한지 및 한지부채 만들기, 떡메 치기, 엿과 강정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외암마을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왕들의 보양 휴양지
충남의 대표적 성리학자이자 외암마을의 상징적 인물인 외암 이간(1677∼1727)은 ‘외암기’에서 아산(과거 온양)이 번성한 까닭을 산천(山川)과 함께 온천이라는 영천(靈泉)에서 찾았다. 아산은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 3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온양온천은 백제시대에 탕정(湯井·끓는 우물)이란 이름으로 불렸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이곳으로 행차해 안질을 치료한 후 온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도고온천 역시 삼국시대 신라 왕이 백제와의 전투 중 부상을 당해 치료한 곳으로 전해지는 영험한 온천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의 실내 바데풀. 독일의 바데하우스를 모델로 만들어진 수(水)치료 풀이다. 

동양의 4대 유황온천 중 하나로 꼽히는 도고온천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곳이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다. 2008년 재개장한 후 ‘충청도 1호 보양온천’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웰니스 관광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인증하는 보양온천의 조건은 까다롭다. 온천수 온도가 35도 이상을 유지하거나, 25도 이상이면서 유황·탄산 등 인체 유익 성분을 L당 1000mg 이상 함유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건강 및 숙박시설 보유, 쾌적한 환경, 의료기관 제휴 등까지 갖춰야 한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관계자는 “최근 45억 원을 들여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면서 “다양한 온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상체질(태양, 태음, 소양, 소음)에 맞는 탕에서 몸을 보양하거나,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아쿠아 바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온천수가 출렁이는 파도풀과 실외 유수풀 등에서 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다. 온천수를 활용한 스파와 물놀이 시설은 젊은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확실히 예전의 온천욕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야외 캠핑장의 카라반에서 숙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스탠더드 30대, 디럭스 20대 등 총 50대의 카라반이 준비돼 있다. 카라반마다 더블침대와 아이들을 위한 2층 벙커침대, TV, 조리시설, 화장실, 에어컨 등을 갖추고 있다.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천수 워터파크에서 놀다가 저녁 무렵에는 카라반 앞 야외 테이블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등 글램핑을 만끽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인근에는 아산의 명소들이 있으므로 산책하듯 다녀보는 것도 좋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모신 현충사 및 그 둘레길, 곡교천변의 은행나무길, 봉수산 자락의 봉곡사 숲길 등은 느긋하게 몸과 마음을 충전시켜 주는 ‘건강 보양길’이다.



글·사진=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