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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요?”

입력 | 2023-05-30 10:06:00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요?”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에서 여성 목사 47명이 대거 탄생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여성 목사가 한꺼번에 배출된 것은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목사 안수를 받은 김명희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신학연구소장(50)은 “여성 목사들은 그동안 목사가 되기도 어려웠지만, 목사가 된 후에도 편견 때문에 사역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앞으로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7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김명희 목사는 “교계가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좀 늦는 게 사실”이라며 “교회 내에서 남녀 간의 차이를 두는 문화를 개선하고,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김명희 목사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여성 목사가 장례식 집도를 하러 가면 남자 목사님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또 남자 목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개인 문제로 생각하는데, 여성 목사의 경우에는 ‘여자라서…’라며 자질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아직도 한국적인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여성 목사들이 더 많아지면 바뀌지 않을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47명의 여성 목사가 탄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목사 되기도 힘들다고 하던데.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서 목사가 되려면 남성은 3년, 여성은 전에는 15년 이상 전도사로 활동해야 했다. 그마저도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나갈 때나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10년으로 줄고, 작년에 5년으로 또 단축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여성 목사가 나올 문턱을 대폭 낮췄다. 남성이 3년인 것은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한 것이라 이제는 남녀가 거의 동등해졌다고 보면 된다. 여성이 목사를 하는 것을 아주 탐탁지 않아 하는 교단들도 여전히 있는데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나님이 남녀에 차별을 두실 리는 없을 테니까.”

김명희 목사(앞줄 가운데)는 “교계가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좀 늦는 게 사실”이라며 “교회 내에서 남녀 간의 차이를 두는 문화를 개선하고,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김명희 목사


―굉장히 오랫동안 전도사를 한 거로 아는데 목사 안수를 받은 이유는.
“2007년부터 전도사를 했으니 한 16년 정도 된 것 같다. 전도사나 목사나 사역에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나는 연구직(국제신학연구원)이라 사실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목회자인데 내가 나중에 어떤 일을 맡았을 때, 그 일을 하는데 목사가 아닌 것이 벽이 되는 상황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늦었지만,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

―앞으로 어떤 목사가 되고 싶나.
“앞서 말한 대로 교회 내에서 남녀 간의 차이를 두는 문화를 개선하고,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 노력하고 싶다. 시대가 달라지면 성경 해석도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는 없지 않을까? 그런데도 교계가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좀 늦는 게 사실이다. 여성 목사들이 앞으로 잘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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