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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들인 ‘중이온 가속기’ 전구간 시운전 성공

입력 | 2023-05-30 03:00:00

‘라온’ 110m 가속장치 정상 작동
우주-원소의 기원 등 규명 활용




1조5000억 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인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의 가속장치 시운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라온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국내 기술로 ‘빅뱅’ 당시의 원소 발생과 사멸 과정을 재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와 원소의 기원, 별의 진화 등 새로운 지식을 밝힐 수 있는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가속장치 시운전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소 중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자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양성자 수가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르다. 그중 희귀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를 희귀 동위원소라고 한다. 희귀 동위원소는 우주의 진화 과정 중 찰나의 시간 동안만 등장했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계와 우주의 기원, 물질의 특성 등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희귀 동위원소는 반도체, 이차전지, 항암 치료 등 산업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구축된 라온은 이런 희귀 동위원소를 인위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장치다. 우라늄 등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가속해 일종의 광선인 ‘빔’을 만들고 표적에 충돌시키면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 과기부는 중이온 가속기 구축을 위해 2010년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1조5000여억 원을 투입해 2021년 12월 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 가속장치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실험에 성공한 가속장치는 110m에 달하는 기다란 형태다. 열차처럼 여러 개의 가속관이 연결된 모양인데, 총 124기의 가속관 중 22기의 가속관을 거치는 실험을 지난해 12월 완료한 바 있다. 이번에는 124기 가속관을 거치는 전체 구간에 대해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과기부는 성능 최적화와 각종 실험장치 연계 시운전 등을 통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온 가속장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저에너지 구간과 200MeV/u가량의 에너지를 만드는 고에너지 구간으로 나뉜다. 이번에 검증된 장치는 저에너지 구간에 해당한다. 과기부는 2030년 고에너지 구간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선행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