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 中과 분쟁 의식 “동맹 강화는 당연” 수송기-경비정 등 지원하기로 WP “독재 책임묻는 노력에 찬물”
미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두 대통령은 미-필리핀 안보 동맹 강화 등을 논의했다. 워싱턴=AP 뉴시스
광고 로드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미 워싱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필리핀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990년대 상원의원 시절 필리핀의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 “독재자”라며 날을 세우는 등 악연이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 “필리핀 방어 위한 美 약속 철통같다”
광고 로드중
당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親中)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악연에도 친미(親美)로 노선을 확실히 바꿨다.
● 中견제 위해 ‘독재자 아들’에게 손 내민 美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정상회담은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고 독재의 책임을 물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독재자 가문의 후계자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했다.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1960∼80년대 20여 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필리핀에서 계엄령을 선포해 반대파 수천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집권 기간 동안 부정 축재한 재산도 100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아들 마르코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축하 전화를 걸었다. 국가원수로서 외교적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며 미국 방문길도 열어 줬다. 마르코스 일가의 불법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설치됐던 필리핀 ‘바른정부위원회(PCGG)’의 루벤 카란사 전 위원장은 “미국은 미군에 문을 열어줄 문지기로 마르코스가 필요하고, 마르코스는 정권 유지와 외교적 면책을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