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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은 ‘스즈메의 문단속’… 대단한 작품될 것 같았다”

입력 | 2023-04-25 11:36:00

‘너의 이름은’-‘스즈메의 문단속’ OST 담당해온 래드윔프스 단독 인터뷰




일본의 3인조 록밴드 래드윔프스. 미디어캐슬 제공.




2020년 3월 신카이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플롯이 도착했다. “감상을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수신자는 3인조 록밴드 래드윔프스. 신카이 감독과 ‘너의 이름은.’(2017년) ‘날씨의 아이’(2019년)을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래드윔프스에게 또 한번의 협업 제안이 온 것이었다.

국내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목전에 두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OST작업을 담당한 록밴드 래드윔프스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래드윔프스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카이 감독의 세번째 제안을 받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내용만큼이나 OST가 호평 받고 있다. 곡들은 영화가 모두 끝난 후에 등장함에도 감정의 고조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작업 초반 신카이 감독과 래드윔프스, 카와무라 겐키 프로듀서의 공통된 의견은 “주제가를 팝 분위기로 가져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래드윔프스는 “음악의 색감을 이전 두 작품과 달리 확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어딘가 그리운 일본의 정취, 토착적인 울림을 넣어보며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작품은 ‘스즈메’. 가수 토아카의 날카로운 들숨으로 시작하는 곡이다.

“이 주제가를 만들어가는 단계에서 영화의 세계관과 함께 ‘넓은 대지’와 ‘하늘’ 같은 공통된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이 즈음 ‘스즈메의 문단속’ 음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갔죠.”

여러 곡 중에서도 ‘타마키’라는 곡은 신카이 감독이 동명의 캐릭터를 만들 때 참고했다고 한다. “당신이 싫었어/당신이 미웠어/미움 받을 말만 하고 괜히 무리해서 어른스러운 척 하는 당신이”로 시작하는 이 곡은 스즈메의 유일한 혈육인 이모 이와토 타마키와 닮아있다. 실제 담당 성우인 후카츠 에리도 캐릭터를 만드는데 이 곡의 도움을 받았다.

“존경하는 창작자와의 협업일수록 ‘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돌려줄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테마가 돼요. 신카이 감독이 납득한다면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가끔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작업하는 건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위해 만드는 곡은 자기만족적인 부분에 머물게 되기도 하니까요.”

신카이 사단으로 불리는 래드윔프스, 그들이 꼽은 ‘재난 3부작’ 중 최고 작품도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각본을 읽을 때부터 대단한 작품이 될 걸 느꼈어요. 읽을 때 상상했던 그림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줬고요. 이 영화를 보고 ‘다녀올게요’ ‘다녀왔어요’라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매 주기마다 추모곡을 발표해온 이들은 “그저 시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을 한 채 음악을 한다”고 했다.

“기쁨이나 슬픔, 비극, 그야말로 재난과 같은 일들에 솔직하게 반응해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동일본 대지진 추모곡도 그 일부고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제게 있어 그런 습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래드윔프스의 목소리는 다음달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여명 10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인 이 영화는 지난해 일본 현지에서 개봉한 실사 영화 중 박스오피스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래드윔프스가 실사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건 처음이다. 또 7월 21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5년 만에 단독 내한 공연을 연다. 이달부터 북미, 유럽, 일본에 이은 아시아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2020년 3월부터 잡혀있던 월드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취소됐어요. 충격적인 일이었죠. 상당히 절망적인 마음으로 지내던 중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래드윔프스의 앨범 작업을 했어요. 사실 벌써 다음 작품의 레코딩이 시작됐답니다. 부디 기대하면서 기다려주세요!”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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