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로맨스’에서 은퇴한 톱스타 여래(이하늬·오른쪽)가 남편 조나단(이선균)과 조나단의 테마랜드 건설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한 스푼은 낯설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 취향이 아니라면 손도 대기 싫은 바로 그 맛.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같은 영화 ‘킬링 로맨스’가 14일 개봉했다. ‘민초단’이 될지 ‘반(反)민초단’이 될지 일단 먹어봐야 알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한국 영화사상 전에 없었던, 형용할 수 없는 장르의 영화라는 것.
영화 ‘킬링 로맨스’에서 여래(오른쪽)가 남편인 조나단(이선균·가운데)을 죽이기 위해 불가마인 ‘극열지옥’에서 랩을 부추기며 시간을 끌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광고 로드중
배우 이하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정폭력과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영화는 곳곳에 황당할 만큼 우스운 장치로 가득하다. 조나단을 뜨거운 불가마방인 ‘극열지옥’에 넣어서 죽이려고 할 때 여래와 범우가 ‘푹쉭확쿵’이라는 암호를 주고받으며 갑자기 랩을 한다거나, 가짜 수염을 단 조나단이 과장된 몸짓으로 H.O.T의 행복을 부르며 춤추기도 한다.
영화는 ‘남자사용설명서’(2013년)로 B급 정서 마니아층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던 이원석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동화적인 설정을 통해 폭력같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못났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나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줌으로써 두려움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 이하늬는 영화를 민트초코 맛에 빗대면서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지?’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엔 ‘새롭네. 가끔 이런 것도 먹어줘야 해’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