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폐암 발병 원리 밝혀져 노출 많은 지역일수록 변이 잦아 흡입 시 폐세포서 염증 반응 악화
초미세먼지(PM2.5)로 대기가 뿌예진 서울 시내.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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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이 폐암을 유발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대기오염이 폐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를 만들어내 염증 반응을 악화시켜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 대만, 캐나다, 영국 등 4개국에서 폐암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노출 수준을 분석한 결과다.
찰스 스완턴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지름이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가 폐암을 유발하는 원리를 찾아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학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매년 25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대기오염 원인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지만 단시간 내에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기오염 유발 질병의 발병 원리와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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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PM2.5가 EGFR, KRAS 유전자 돌연변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 대만, 영국, 캐나다 등 4개국에서 폐암에 걸린 3만2957명을 대상으로 PM2.5에 노출된 정도를 확인했다. 분석에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저장된 40만7509명의 데이터와 캐나다의 폐암 환자 2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호트(동일집단) 연구 결과가 활용했다.
분석 결과 PM2.5에 많이 노출될수록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는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코호트 연구의 경우 3년 동안 PM2.5에 노출된 수준을 높음, 중간, 낮음 3단계로 분류해 방사성물질 노출 등 다른 원인이 아닌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으킨 폐암 발병률을 살폈다. 그 결과 PM2.5에 높은 수준으로 노출된 폐암 환자 중 73%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로 폐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수준으로 노출된 환자 중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작용한 폐암 환자의 비율은 40% 정도였다.
나머지 3개 국가에서 실시한 분석에서도 미세먼지 노출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각 국가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1로 봤을 때 농도가 1.3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인구 10만명당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폐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크기가 큰 비소세포폐암의 대부분은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라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 사는 흡연자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현상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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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