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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연구원 “실용위성 쏘는 누리호 3차 발사는 진정한 검증대”

입력 | 2023-04-03 03:00:00

[사이언스 & 테크]5월 10일 이후 ‘황혼 발사’ 예정
독자 기술력 판가름할 검증대 역할, 위성 직접 사출도 이번에 첫 도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발사 참여… ‘한국형 스페이스X’ 육성 첫걸음




지난달 2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조립을 앞둔 누리호 1~2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3차 발사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 2차 발사와 달리 실용 위성을 싣는 3차 발사는 누리호 성능을 검증하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지난달 2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 5월 10일 이후로 예정된 3차 발사에 활용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2단 연결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방향 제어, 노즐 장치 등 기능 점검은 이미 마무리됐고 3단은 누리호에 실릴 위성이 도착한 뒤 연결될 예정이다. 이 같은 조립 장면이 한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만났다.

고 본부장은 담담하지만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으로 누리호 3차 발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누리호 3차 발사일은 이달 중순 열리는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 “실용 위성 8기 실리는 3차 발사가 진짜”


누리호는 1.9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개발 3단형 우주 발사체다. 개발 당시 목표 탑재 중량은 1.5t이었지만 엔진 성능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며 탑재 중량을 높였다. 2021년 10월 첫 발사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지난해 6월 2차 발사가 성공하며 한국은 우주발사체 발사국을 의미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을 갖춘 7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가 실제 쓰일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진정한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사체만, 2차 발사 때는 실용 위성이 아닌 성능검증 위성이 실렸다. 3차 발사 때는 지상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지구 근처 플라스마 현상을 관측할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위성 ‘도요샛’,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 등 위성 8개가 실린다. 모두 실제 활용될 위성들이다.

고 본부장은 “1, 2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는 시험(test)이란 용어를 붙였다면 이번엔 실제 발사를 의미하는 키워드(launch readiness)로 변경했다”며 “사실상 첫 실전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항우연 연구팀은 발사체에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내보내는 ‘위성 사출’에 집중하고 있다. 큐브 위성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20초마다 순차적으로 사출하는 게 관건이다. 성능검증 위성에서 큐브 위성을 내보냈던 2차 발사 때와 달리 누리호에서 직접 사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고 본부장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지상 팔라우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시간에 위성을 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발사는 저녁 무렵에 쏘는 이른바 ‘황혼 발사’가 될 예정이다. 1차 오후 5시, 2차 오후 4시에 발사한 것과 달리 이번 발사는 오후 6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빛을 항상 받아야 하는 소형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목표 궤도가 달라서다. 기존에는 목표 고도가 700km, 이번엔 500∼550km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참여로 새로운 전환점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첫 도전 과제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차례 반복 발사해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한다. 누리호 개발을 이끈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올 6월 임무가 종료된다. 고 본부장은 고도화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이번 발사는 고도화 사업을 통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우주 기술을 이전하고 세계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스페이스X를 육성한다는 취지를 담은 첫걸음인 셈이다. 고 본부장은 “4∼6호기는 기업 주도로 제작한다”며 “이 부분 역시 새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 기간 동안 누리호 설계와 시험, 발사 운영 등 발사체 개발 전주기 기술을 이전한다. 항우연이 쌓아 올린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해 우주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본부장은 “이번 3차 발사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부담감도 고도화되고 있지만 좋은 결과가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