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도시 7100만 명 변화 추적
최근 30년간 전 세계 도시와 농촌에 사는 청소년 간의 평균 신장 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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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시골에 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00개국 청소년 71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다. 청소년기 성장에는 양질의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량, 적정한 건강 관리가 영향을 미쳐 그간 도시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랐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인프라 발전 등으로 도시와 농촌 간 ‘건강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1990년대, 도시 아이가 시골 아이보다 성장 빨라
레이철 히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공중보건대 의학부 역학 및 대중건강 프로젝트 매니저를 주축으로 총 1500여 명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2020년대 들어 도시와 시골에 사는 청소년들 간 성장 속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는 게 핵심이다.
총 1500명의 의사와 연구원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1990∼2020년 200개국의 시골과 도시 지역에 살았던 5∼19세 청소년 7100만 명의 키와 몸무게를 수집했다. 각국 청소년의 거주지와 연령대별 성장 양상을 확인한 연구 중에선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연구팀은 수집한 청소년들의 키와 연령 자료를 바탕으로 5세, 10세, 15세, 19세 때의 신장을 확인했다. 사는 곳에 따라 평균 신장에 차이가 나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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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시골 아이들의 성장 속도 격차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는 도시와 시골에 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 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양관리 체계나 의료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국가에선 거주지에 따른 발달양상의 차이도 적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건강관리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고소득 국가에서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과 시골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평균 소득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에선 거주지에 따른 아이들의 신장 차가 1.2cm 미만이었다.
● 2020년대 도농 간 청소년기 신장 차이 미미
자료: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도시생활의 이점 감소(2023년)
평균 소득이 높은 유럽 국가에서는 시골에 사는 아이들의 키가 도시 아이들보다 더 커진 곳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 국가에서는 시골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의 평균 신장을 약 1cm 미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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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된 한국, 일본, 싱가포르는 1990년대부터 도농 간 청소년 평균 신장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청소년의 성장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이에 수반하는 보건의료 인프라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보건과 식량 위기가 각국 청소년의 영양관리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