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패배후 전현직 총통중 처음 내년 총통선거서 친중후보 지지 속내 美 주도 ‘민주주의 정상회의’ 맞서 中, 28일부터 ‘보아오포럼’ 개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27일 오후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그는 이날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했다. 타오위안=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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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27일 오후 중국에 도착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만 국민당이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 패해 1949년 본토에서 대만으로 패퇴한 후 74년 만에 대만의 전현직 최고지도자 중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았다. 그는 다음 달 7일까지 중국에 머물며 난징, 우한, 창사, 충칭 등을 찾는다.
그의 방중은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중남미 과테말라, 벨리즈를 경유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행보와 맞물려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반중 성향의 차이 총통은 미국을, 친중 성향의 마 전 총통은 중국을 방문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도 한층 짙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상하이에 도착한 마 전 총통은 곧바로 난징으로 향했다. 중국공산당에서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판공실 및 상하이시 관계자들이 그를 맞았다. 당초 공항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공산당 서열 6위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부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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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중 일정에는 국민당의 과거 연고지가 대거 포함됐다. 특히 난징은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이 국민당을 이끌 때 중국의 수도였고,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의 묘가 있다. 우한은 신해혁명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1911년 ‘우창 봉기’가 일어난 곳이다.
차이 총통은 미국 방문 중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1941년부터 대만과 수교했던 중남미 온두라스가 26일 전격적으로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터라 차이 총통이 이번 중남미, 미국 순방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각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 또한 뜨겁다. 미국 한국 네덜란드 등은 세계 110개 국이 참가하며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29, 30일 양일간 공동 주최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마르틴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이 참석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부쩍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26∼29일 찾는다.
중국 또한 28일부터 31일까지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주요국 정상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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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