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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어둠 속에 ‘푸른 빛 있으라’… 전세계 불 끄는 ‘어스아워’[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입력 | 2023-03-26 15:00:00

[1회]




1990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2호가 해왕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을 보고 말했습니다.
“저 창백하게 빛나는 푸른 점은 우리가 우주 속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과 착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를 구해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없다.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인류의 모든 역사, 우리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이 점 속에서 존재해왔습니다.
이 코너명은 위기에 처한 푸른 점인 지구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푸른 점이 영영 빛을 잃기 전에요.

어젯밤(25일) 오후 8시 30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계셨나요.

혹시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져 놀라시진 않았나요.

25일 오후 8시 30분, 불 꺼진 서울 한강대교.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제공

25일 오후 8시 30분,

올해의 ‘어스아워(Earth Hour·지구의 시간)’가 돌아왔습니다.

매해 3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 30분~9시 30분

이 60분만큼은 전 세계가 다 같이 불을 끄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세계 최대 비영리 국제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2008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돼 올해로 16번째를 맞았습니다.

전 세계 190여개 국가의 개인, 기업, 공공기관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성당, 뉴욕 타임스퀘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중국 만리장성, 일본 도쿄 타워, 영국 런던 시계탑 등 전 세계 주요 랜드마크들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5일 오후 8시 30분, 불 꺼진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제공

‘어스 아워’는 한국과 일본, 아시아 동쪽 끝 국가들에서 시작됩니다.

이날 한강의 야경을 만들어주는 한강대교와

성곽 산책에 운치를 더해주는 낙산공원 등의 불이 꺼졌습니다.

연인, 친구와 주말 저녁 데이트를 즐기던 분들은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되물으셨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1시간 불 끈다고, 지구에 뭐 도움이 되나요?”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마포구 GS25 월드컵경기장점의 간판 네온사인이 꺼졌다. 이번 어스아워에는 GS25, 이마트24 등 24시간 도시를 밝히는 편의점들도 동참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일부 환경 운동가들은 ‘어스아워’가 탄소 배출 저감 등 실질적인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정치인이나 화석연료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스아워’를 진행하는 세계자연기금(WWF)의 설명은 조금 다릅니다.

시민들이 다 함께 “우리는 이만큼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기업과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는 2013년 어스아워 캠페인을 계기로 당시 340만 헥타르 규모 해양 지역을 보호하는 상원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25일 오후 8시 30분(현지시간) 불 꺼진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그 힘은 크면 클 수록 좋겠지요.

2008년 시드니를 포함한 35개국 400여개 도시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중국, 인도, 터키, 베트남,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등 참여 국가가 190여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어젯밤 당신이 잠들었을 사이, 세계 곳곳의 25일 오후 8시 30분 어스아워가 진행됐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집에서 불을 끄고 어스아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지식이나 장비, 아주 큰 노력까지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와 함께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강조할 수 있는 거죠.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제공

그렇다면 컴컴한 1시간,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WWF에서는 “평소의 소비 습관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보다 친환경적인 생활을 고민해보는 시간이면 좋을 것”이라며 촛불 아래 채식 위주의 식사나 요가, 명상을 추천했습니다. 밖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도 좋구요.

특히 추천하는 것은 ‘별 보기’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도시 빛 공해가 적을수록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냥 멍 좀 때리거나 잠시 눈을 붙여도 좋습니다.

혹시 올해 어스아워에 참여하지 못하셨나요?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지구를 계속 (더) 생각해야 하고, 어스아워는 내년에도 돌아올 겁니다.

2024년 어스아워는 3월 30일 토요일 밤 8시 30분입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