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표결을 건너뛴 연금개혁 강행으로 반발 여론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 법안이 올해 말까지는 시행되길 바란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랑스24 등 외신을 종합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TF1, 프랑스2TV와 생중계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경로’를 따라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계획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이같은 의지를 내비쳤다.
마크롱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연금 개혁에 대해 발언한 것은 프랑스 정부가 지난주 의회에서 연금개혁법안을 강제 통과시킨 이후 처음이다. 개혁 법안 통과로 파리 등 프랑스 전국에서 산발적인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이어 “정부가 국민에게 개혁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 개혁은 필수적이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개혁으로 연금 수령자 약 180만 명이 연간 평균 600유로(약84만원) 인상된 연금을 수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기 잃어도 국익 선택”
이번 연금개혁은 프랑스 국민 중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정부가 헌법 제49조 3항(정부가 긴급 상황이라 판단시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프랑스 헌법)을 발동한 이후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최저치인 28%로 추락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이 수치는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라고 밝혔다.
◆ “보른 총리 여전히 신임”
마크롱 대통령은 9표 차 부결로 불신임안 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른 총리가 이 정부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보른 총리에게) 보다 명확하고 간결한 입법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들이 더 구체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 주문했다”고 밝혔다.
◆ “법안 반대엔 찬성, 폭력엔 반대”
한편 프랑스 노조들은 정부에 연금개혁 법안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23일 새로운 전국적 시위와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속 및 지역 열차, 파리 지하철 등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스로 의회 문턱을 넘은 연금개혁법은 헌법위원회(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의 승인을 거쳐야만 연내 발효된다. 이번 연금개혁법안 통과로 프랑스에서 은퇴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현행 62세에서 2030년 64세로 점진 상향된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도 2027년부터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어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