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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홈런왕이 끝냈다… 日 무라카미 역전 드라마

입력 | 2023-03-22 03:00:00

日, 멕시코에 경기내내 끌려가다
1할대 허덕 무라카미 끝내기 포효
오늘 결승전… 세 번째 우승 도전
2연패 노리는 美와 빅매치 성사



일본 야구 대표팀 무라카미 무네타카(가운데 55번)가 21일 멕시코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9회말에 6-5를 만드는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끝낸 뒤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온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 2루타를 날린 뒤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 마이애미=AP 뉴시스


대회 내내 침묵하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의 한 방이 일본을 탈락 위기에서 구했다.

일본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4-5로 뒤지던 9회말 무라카미의 끝내기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6-5로 역전승했다. 2006년 제1회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14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일본은 22일 오전 8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두 팀이 WBC 결승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미국은 20일 준결승전에서 쿠바에 14-2로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미국은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미국을 대표하는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의 맞대결도 이뤄지게 됐다.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이지만 30명의 엔트리 중 22명을 메이저리거로 채운 멕시코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유일한 무패(5전 전승) 팀으로 남아 있던 일본을 상대로 먼저 점수를 뽑았다. 3회까지 일본 선발 투수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의 강속구에 끌려가던 멕시코는 4회초 공격에서 먼저 점수를 냈다. 2사 1, 2루에서 타석에 선 루이스 우리아스(밀워키)는 사사키의 변화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멕시코 마운드에서는 오타니의 팀 동료인 왼손 투수 패트릭 산도발이 선발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일본은 결승 진출 시 선발 투수가 유력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를 4회부터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일본은 5회와 6회 연속해 2사 만루 기회를 놓쳤지만 7회말 2사 1, 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의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요시다는 멕시코의 세 번째 투수 조조 로메로(세인트루이스)의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측 파울 폴 안쪽에 떨어지는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후 일진일퇴가 이어졌다. 멕시코가 곧이은 8회초 앨릭스 버두고(보스턴)의 1타점 2루타와 이사크 파레데스(탬파베이)의 적시타로 2점을 다시 앞섰다. 멕시코의 승리 확률은 84.4%까지 올라갔다. 일본은 8회말 공격 때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다시 따라갔다.

운명의 9회말. 선두 타자 오타니가 멕시코 마무리 투수 히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로 날리며 불씨를 살렸다. 오타니는 1루 베이스를 돌기 직전 헬멧을 벗어던졌고 2루에 도착해서는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요시다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주자 1, 2루에서 타석에 선 선수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56개의 홈런을 친 무라카미였다. 무라카미는 직전 타석까지 이날 경기 4타수 무안타를 포함해 이번 대회 21타수 4안타(타율 0.190)로 부진했다. 하지만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예고스가 한가운데로 던진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때렸고 그 사이 2루 주자 오타니, 1루 대주자 슈토 우쿄(소프트뱅크)가 홈을 밟았다. WBC 역대 준결승 첫 끝내기 안타였다.

일본은 결승전 선발 투수로 조별리그 한국과의 경기에도 등판했던 왼손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DeNA)를 예고했다. 오타니와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등은 불펜에서 대기한다. 미국 선발 투수는 2015∼2018년 한국 프로야구 SK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애리조나)가 유력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