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김희천 작가 부친 사망사고 등 체험 영상으로 “경험은 작품 몰입 돕는 연결고리”
작업실에서 김희천 작가. 김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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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자전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남은 자들에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그저 운이 나빴던 거라기엔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 작가에게 남아 있는 건 아버지가 차고 있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시계의 행적과 심박 수 데이터뿐이다.
김희천 작가(34)는 영상 작품 ‘바벨’(2015년)에서 GPS 시계 속 데이터를 통해 아버지의 마지막을 추적했다. 이 작품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과 아트선재센터에서 각각 2018, 2019년 개인전을 열고 국내외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최근엔 제20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13일 그를 만났다.
게임을 연상케 하는 작품 ‘바벨’은 컴퓨터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희천은 “누군가에겐 모니터로 애도한다는 게 끔찍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남은 게 그것밖에 없다는 느낌이었다”며 “애도보다 그냥 데이터를 보는 걸 멈출 수 없었고, 2015년 전시 공간 ‘반지하 B½F’에 작품을 내며 그 경험을 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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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이후 그의 작업은 레이싱 게임, 인터넷 방송,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소재로 변주됐다. 개인적 경험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다.
“글보다 직접 경험해서 아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래야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지 않거든요. 경험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이정재 임수정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한 고화질의 화면으로 눈길을 잡는 스타일이라면, 김희천은 드라마틱한 서사와 문학적 대사로 관객을 붙잡는다. 미술 전시에서 영상 작품은 집중하기 쉬운 장르는 아니지만, 그는 “관객이 작품을 다 보고 난 뒤 (영상 재생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작가의 수상 기념전은 2024년 하반기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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