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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SVB 폐쇄 패닉… ‘벤처 혹한’ ‘금융시장 동요’ 철저히 대비하라

입력 | 2023-03-13 00:00:00

AP=뉴시스


미국 스타트업들의 자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40년 동안 신생 기업의 산파 역할을 해온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의 은행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이번 은행 파산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보여주는 첫 사례다. 저금리 때 미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금융사들은 금리 인상에 채권 가격이 급락하며 손실을 봤다. SVB의 경우 주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돈줄까지 마르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팔아치웠지만 폭발적인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상황이 비슷한 다른 은행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안심할 순 없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해외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쉽게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태 후 처음으로 주식시장이 열리는 오늘부터 당장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최근 1년간 금리 인상 이후 금융환경 변화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불안 요소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 신용리스크, 가계부채 등 잠재적 폭탄이 널려 있다. 가뜩이나 벤처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돼 자금 경색, 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도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 경험했듯이 위기는 늘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번 사태가 당장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더라도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SVB 폐쇄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인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제2금융권 부실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을 살펴보고 외환보유액도 확인하는 등 위기에 대비한 제방이 튼튼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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