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 때 얻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체계 강화하고 독성물질 해독 모유로 아기에게 전달할 수 있어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유익한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니시필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산모의 산도를 지나며 ‘미생물 샤워’를 하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나면 이 과정을 거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도 모유를 수유하는 과정에서 태어날 때 산모로부터 받지 못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태어난 후 일정 기간 모유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유사한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바우터르 피터르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 숙주와 미생물’에 발표했다.
특히 미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질을 통과할 때 상당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체에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미생물 샤워’라 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출생 직후 충분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보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산을 앞둔 네덜란드 산모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2시간, 1일, 1주일, 2주일, 1개월 등 각 시점마다 피부, 콧물, 침, 점막 등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채취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획득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산모의 피부, 모유, 코, 목구멍, 분변, 질에서 총 여섯 종류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절반 이상은 엄마에게서 전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의 58.5%는 엄마가 가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과 거의 일치했다.
다만 출산 방식에 따라 아기가 가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은 달랐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경우 대부분이 질과 분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었다. 산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엄마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아기에게서 확인된 마이크로바이옴은 엄마의 피부, 모유, 코, 목구멍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사한 성분을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모유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