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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논란 속 시동 건 ‘징용해법’… 피해자 더 보듬고 日 더 끌어내라

입력 | 2023-03-08 00:00:00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아사히신문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과 관련해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며 한일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한 대승적 결단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단체, 야당 의원들은 긴급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 해법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서명운동과 규탄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은 일본 측의 미온적 호응 조치, 피해자와 야당 측의 거센 반발 같은 모든 논란을 이미 충분히 각오하고 내린 결론일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내 만만찮은 신중론 속에서도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북핵 위협 고도화에 맞서 한미일, 한일 공조가 절실한 처지에서 더는 한일 갈등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선제적 해법 제시에 일본 측이 보인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직접 사과와 배상을 배제한 우회적 조치만을 고집하는 일본 측을 향해 정부는 막판까지 성의 있는 정치적 결단을 호소했음에도 일본은 그 어떤 추가 양보도 내놓지 않았다. 그런 일본 측 태도 탓에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나오기에 충분했고, 피해 당사자들이 “동냥해선 돈 안 받겠다”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대로 이번 해법 제시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을 뒤로하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길고 어려운 과정에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이다. 거센 논란과 반발 속에서 출발한 만큼 더욱 끈질기고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가 남긴 상처와 응어리가 쉽게 치유될 수는 없다. 반발이 클수록 더욱 보듬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일본 측이 보다 전향적 조치를 내놓도록 단단히 견인해야 한다. 정부도 이달 중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내달 미국 방문,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내다보며 일본 측에서도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야말로 피해자와 국민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진짜 외교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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