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단행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추가로 제한하는 해외투자 심사 강화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중국의 국방력 강화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의 이전을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주요 7개국(G7)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에도 투자 제한 동참을 타진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은 3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와 상무부가 의회에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해외 투자 심사 강화 조치와 이에 따른 예산 확보 및 별도 조직 수립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미 자본과 전문 지식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며 심사 강화를 위한 규제 조직 신설 등에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요청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심사를 강화할 첨단기술 분야가 적시되지 않았지만, 미 언론은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터, AI, 암호해독 기술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을 통한 대(對)중국 기술 투자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전방위로 규제 중인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또한 세쿼이아 캐피탈 등 미 유명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 등에 대중국 기술 투자 심사를 강화하도록 요청하는 식으로 이 조치를 외국 기업에까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무역관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투자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맹국에 비슷한 수준의 투자 모니터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조치를 ‘역외 적용’하면 한국 기업의 대중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