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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년 만의 기술직 채용에 현대차 홈피 마비… 한국경제 민낯

입력 | 2023-03-03 00:00:00

기술직 근로자 채용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접속이 폭주했다. 대기자가 2만 명 이상일 경우 위에서처럼 ‘다수’라고 표기된다.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400명 규모의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하면서 취업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서류 접수 첫날인 어제부터 채용 홈페이지에 대기자가 수만 명에 이를 정도로 몰려 접속이 마비됐다. 서점가에선 현대차 생산직 채용 수험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취업 준비생들은 이번 채용을 ‘킹산직’(왕과 생산직의 합성어)이라고 부를 정도다.

현대차 채용에 쏠린 관심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목마름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9600만 원(2021년 기준)이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의 일자리는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간 이동성도 자유롭지 않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회복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전체 근로자의 12%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의 문을 뚫기 위해 청년들은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가 10년 만에야 생산직 직원을 새로 뽑는 건 그동안 한국 사회가 일자리 자체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예정인데, 국내에서 새 공장을 짓는 건 29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 고임금, 강성 노조 때문에 해외에서만 생산 설비를 늘려왔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들이 경직된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에 치여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2만7000여 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건 126개에 불과하다.

수출 감소에 따른 경기 둔화가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는 ‘고용 없는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를 바꿀 해법이 시급하다. 투자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갈증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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