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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체코의 공존이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

입력 | 2023-02-27 10:44:00

3월 29일 예술의전당서 두 번째 내한공연
인구 7만 소도시서 세계 톱 악단으로 활동




‘인구 7만의 도시에 있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밤베르크 심포니)는 그 위상도, 유래도 특별하다. 체코에 살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방에서 체코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착해 악단을 이뤘고 대지휘자 요제프 카일베르트의 지휘봉 아래 정상급 악단으로 떠올랐다. 전 수석지휘자 조나선 노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나온 말러 음반 중 기념비적 산물로 꼽힌다.

이 악단이 2016년 노거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의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3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수석지휘자 야쿠브 흐루샤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악단의 기원과 맞닿아있는 체코 출신 수석지휘자 흐루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을 맡아온 그는 2025년 세계 최고 권위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런던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체코 출신 야쿠브 흐루샤. 빈체로 제공

―2010년,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 있습니다. 당시 연주와 청중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요?

“2010년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애국적 교향시 ‘나의 조국’을, 2013년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연주한 게 또렷이 기억납니다. 슈트라우스의 이 곡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 무대가 떠오르죠.”

―밤베르크 심포니는 태생부터 체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체코 출신 지휘자가 이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룬 음악가들의 선조들은 오늘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선조들과 함께 1787년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초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두 오케스트라는 ‘사촌 오케스트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겠죠?

베버, 바그너, 말러 등 지휘자를 겸했던 대작곡가들이 프라하에서 독일 오페라를 지휘할 만큼 두 나라 음악가들은 관련이 깊었습니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7번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당시 체코 음악가들이 독일어를 쓰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하죠. 오늘날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와 독일의 공존이라는 역사적 의식에 악단의 정체성을 두고 있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빈체로 제공

―밤베르크 심포니는 적은 인구의 도시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있는 경우입니다. 지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어떤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민의 거의 10%가 음악애호가로써 정기적으로 저희 공연을 방문합니다. 이 악단은 도시의 문화적 삶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한편으로 밤베르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시내를 걷거나 멋진 언덕에 오르는 일상은 우리 연주가들에게 큰 영감이 됩니다. 크고 복잡한 도시가 아니라 호젓한 중세 도시에서 차분하고 집중적인 삶을 보내며 모은 에너지를 공연에서 쏟아내는 경험은 다른 도시에서 느끼기 쉽지 않죠.”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서울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할 예정인데,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죠. 흔히 말하듯이 ‘보헤미아(체코 중심부) 사운드’를 지닌 이 오케스트라에게, 또한 체코 지휘자인 저에게 이상적인 음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과 함께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오케스트라 작품이어서 각별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첫 곡으로는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을 연주합니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제가 발견해 음반에도 수록한 아름다운 작품이죠. 교향곡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작품이지만, 적어도 체코와 독일을 잇는 레퍼토리의 첫 곡으로서 그 맥락 위에 여러 작곡가들의 개성과 특징을 탐구할 생각입니다.”

6만~25만 원.

밤베르크 심포니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빈체로 제공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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