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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품 백자 한 자리에…역대 최대 백자 ‘챔피언스 리그’

입력 | 2023-02-26 12:46:00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展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요즘은 조선시대 백자라고 하면 흔히 ‘달항아리’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백자에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동화백자, 순백자까지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500여 년 간 만들어진 수많은 백자 중 대표 명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조선 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출품됐으며, 일본에 있는 수준급 백자 34점까지 가져와 국내외 14개 박물관·미술관의 백자 185점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 조선 백자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한다.



○ 백자 ‘챔피언스 리그’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첫 인상부터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 전시는 약 661㎡(200평) 공간에 외부 빛을 차단한 ‘블랙박스’에서 가벽이나 칸막이가 일체 없이 백자 42점을 펼쳐 놓았다. 드넓은 암흑 속에 조명과 흰 백자만 반짝여 ‘인증샷’을 남기라고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최근 관람객들은 내가 화려한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경험 또한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했다”며 “관람객의 시선을 전시 초입부터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고, 고미술도 군집 속에서 화려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42점이 청화백자, 철화백자, 채색백자, 상감백자와 순백자 순으로 전시됐다. 이준광 연구원은 “백자의 대표 선수들을 모은 ‘챔피언스 리그’”라고 말했다. 달항아리는 단 3점만 전시되었는데 이에 대해 “조선백자 토탈전이라는 취지에는 좋은 작품 석 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가장 깊은 곳으로 가면 전체 백자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 개구쟁이 같은 철화백자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 2~4부 전시 전경. 사진: 리움미술관 제공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2부 ‘청화백자’, 3부 ‘철화·동화백자’, 4부 ‘순백자’가 이어진다. 청화백자는 청화 안료인 ‘코발트’가 수입해서 쓰는 값비싼 재료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이후 점차 확대되어 사대부 계층에서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사군자나 자작시가 문양으로 들어간 경우를 볼 수 있다.

철화·동화 백자는 조선 중기 일본, 중국과의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대체재로 철 안료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특히 청화백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만 제작했는데, 철화는 지방에서 제작된 백자도 소개된다.

백자철화 운룡문 호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이 연구원은 “지방 백자는 거의 민속품이기에 자주 전시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방 백자는 (왕실의) 제약 없이 직접 만들어 소비한 것이기에 개구쟁이 같은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일반 관람객에게 단정한 백자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지방 백자 섹션을 마련해야 비로소 웃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 호’,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연계해 조선 백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학술심포지움도 개최된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감상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