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 외부에는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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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신용으로 사무용 가위를 항상 포스기 옆에 두고 있어요. 제 몸은 제가 지켜야 하니까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학생 A씨는 ‘인천 편의점 강도’ 사건 이후 밤 근무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들은 오버 아니냐고 하는데 사고가 어디 예고하고 오는 거냐”며 “저항할 물건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 편의점 강도 사건 이후 매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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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은 불투명 시트지 부착 후 편의점에서 범죄 발생이 늘었다고 호소한다. 경기·서울 강남 일대에서 편의점을 20년 넘게 운영하는 B씨는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고 난 뒤 편의점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편의점은 2021년 7월부터 매장 통유리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해야 한다. 담배 광고가 보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4항에서는 ‘영업소 외부에 광고 내용이 보이게 전시 또는 부착하는 경우에는 담배 광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불투명 시트지 때문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편의점 외부에서도 알기 어렵게 됐다”며 “폐쇄적인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시트지 부착 후 말이나 행동이 거친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 야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고 했다.
안전지킴이라는 편의점 순기능까지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밤에도 환하게 길을 비추는 편의점은 여성 안전 지킴이·어린이 보호 등 기관과 협력해 안전에 앞장서 왔다”며 “불투명 시트지로 인해 담배 광고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부 확인이 어려우면서 이 기능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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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들은 불투명 시트지 단체 행동에도 나섰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협회)는 이달 성명서를 통해 편의점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가 시야를 방해하지만 않았더라도 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며 ”또 그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 또는 외부 시선을 감소시키는 불투명 시트지가 국토교통부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와 배치되는 부분임을 고려해 즉각 제거해야 한다“며 ”점주들에겐 목숨이 달린 문제다.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함이라면 불투명 시트지 부착처럼 점주를 옭아매는 규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정책을 발굴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고심에 빠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안을 모니터링하면서 내부 의논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