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은 정신적인 문제와 밀접 심혈관 질환-암 발생 확률도 증가 음주-흡연 시 수면의 질 저하돼 낮 시간 일광욕으로 햇빛 받으면 숙면 일주기 리듬 형성에 도움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수면의 중요성과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에 대해 물었다.
1 수면이 부족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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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수면 중에는 깨어 있을 때보다 혈압이 10% 정도 떨어지는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한다. 2017년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은 암 발생과도 연관된다. 수면이 면역체계, 대사, 호르몬, 세포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의 염증반응을 높여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2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것들은 어떤 게 있나
만성 불면증이 있다.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나쁜 습관들이 있다. 아침까지 안 자고 누워있거나 낮에 잠을 자려 하거나 침대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다. 특히 침대에서 깨어있는 채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침대-수면의 짝이 아니라 침대-불면(각성)의 짝이 이어진, ‘조건화 상태’가 된다. 이 상태를 학습하게 돼 막상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잠이 안 오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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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약물도 주의해야 한다. 술이 잠자는 데 도움을 준다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 술은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전체적인 수면의 질을 저하한다. 니코틴도 용량이 높아지면 각성작용을 하기 때문에 과한 흡연도 삼가야 한다. 스테로이드제, 다이어트 약의 성분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숙면을 위해 해당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지만, 꼭 필요하면 약물 복용과 불면증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3 수면제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특히 일부 수면제는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인해 중독 위험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 계통의 수면제는 장기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못 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려면 전문가의 상의와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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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바른 수면제 복용 방법은
수면제는 대표적으로 인지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있다.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이 했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에 주의하면서 복용해야 한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이러한 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이고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잠이 오지 않아 새벽녘에 수면제를 복용한 뒤 인지기능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운전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므로 삼가야 한다.
5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법은
먼저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춰야 한다. △규칙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기 △가급적 낮잠 자지 않기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시간 줄이기 △카페인, 술, 담배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물질 사용 줄이기 △야간에 흥분하는 활동 하지 않기 △일광욕 하기 등의 습관을 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일광욕을 통해 햇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까지 전달되면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잘 잠들도록 하는 일주기 리듬을 형성하는 데 아주 좋다.
인지행동치료기법도 있다. 그중 자극조절요법은 잠자리, 취침시간 등 수면을 조절하는 자극 조건과 수면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 ‘침실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등 행동을 중재하여 침대에서는 자는 시간만 보내고 각성하면 침대에서 나오도록 한다. 즉 침대-수면의 조건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 밖에도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해 나가며 누워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같게 만드는 수면 제한법, 복식호흡·요가·반신욕 등 신체와 정신을 이완시키는 이완 요법들도 인지행동치료에 해당한다. ‘8시간을 자지 않으면 다음 날 문제가 생길 거야’처럼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 또한 인지행동치료의 일환이다.
6 숙면을 위해 권장하는 습관이 있다면
잠이 들기 전에는 이완 과정이 필요하다. 이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다. 수면시간 전 명상, 복식호흡 등을 통해 교감신경항진을 줄이고 부교감신경항진을 높이면 수월하게 잠들 수 있다.
기상시간을 고정하는 것도 좋다. 수면의학의 관점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그날 밤 일찍 잘 수 있는 힘이 채워진다. 그러므로 약간 더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부족한 듯 잔 것 같을 때 침대에서 내려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