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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부러진 이대성 “봄농구 포기 못해”

입력 | 2023-02-10 03:00:00

경기중 다쳐 “슛할때마다 심한 통증”
가스공사 9위 부진속 수술도 미뤄
6강 PO진출 희망 안고 진통제 투혼
‘평균 20.7득점’ 4라운드 MVP 뽑혀



이대성(한국가스공사)이 지난달 31일 KT와의 2022∼2023시즌 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4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20.7점을 넣으며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KBL 제공


“오빠, 라운드 MVP(최우수선수) 됐네?”

이대성(33·한국가스공사)은 아내 손근혜 씨(32)로부터 이번 시즌 프로농구 4라운드 MVP로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믿지 못했다. 이대성은 4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20.7점을 넣어 국내 선수 득점 1위 기록을 남겼지만 한국가스공사는 2승 7패로 10개 팀 중 9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라운드 MVP 제도를 도입한 2015∼2016시즌 이후 한 라운드 2승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이대성이 처음이다. 라운드 승률 5할 미만 팀 선수가 MVP를 받은 것도 이번 시즌 3라운드 때 3승 6패에 그친 캐롯 소속 전성현(32)뿐이었다.

이대성은 라운드 MVP로 뽑힌 이튿날인 7일 전화 인터뷰에서 “MVP 선정 소식을 듣고 마음의 위안을 얻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개인 처음으로 라운드 MVP가 됐던 2018∼2019시즌 때만큼 기쁘지는 않다. 그때는 소속 팀 현대모비스가 리그 1위여서 마음껏 감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팀 성적 때문에 MVP를 수상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4라운드를 4연패로 마친 한국가스공사는 5라운드 들어서도 2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13승 25패(승률 0.342)로 리그 9위까지 순위가 내려온 상태다. 이대성은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병원에서 받아 온 진통제로 버티며 이번 시즌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성은 지난해 12월 16일 LG와의 경기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내려오던 과정에서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했다. 이대성은 “원래 손목에 실금이 가 있던 상태였는데 그날 완전히 부러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이대성은 ‘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받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팔목 통증 때문에 경기 전에 하던 슈팅 연습까지 건너뛴 채 코트를 밟고 있는 이대성은 “슛을 쏠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중거리슛을 아예 쏠 수가 없는데, 약을 먹으면 그래도 통증을 참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56)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 감독은 “나도 선수 시절에 대성이와 같은 부위를 다쳐봐서 얼마나 아픈지 짐작이 간다. 수술이 많이 늦어지면 부상 부위에 괴사가 진행될 수도 있는데 ‘시즌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본인 의지가 워낙 강하다. 감독으로서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9일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 KCC에 4경기 뒤져 있지만 이대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규시즌 전체 54경기 중 16경기가 남아 있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선수가 많아 시즌 초반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3, 4라운드 들어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5, 6라운드 때는 더 나아질 것”이라며 “꼭 플레이오프에 가서 팀 동료들과 함께 웃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