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참여율 저조… 모시기 안간힘 신청기간 늘리고 경품도 내걸어 신입생들 수학여행도 경험 못해 “모르는 사람과 함께하는 상황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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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새터’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새내기 장기자랑 순서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지영 씨(20·여)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내기가 한 명이라도 더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배움터’(새터)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생회들은 ‘신입생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금주 인증 팔찌’부터 경품까지
서강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신입생 250명 안팎이 새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신입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명뿐이었다. 학생회 측은 결국 지난달 31일 마감이었던 새터 신청 기간을 열흘 연장했다. 연세대와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등도 저조한 신입생 참여율에 새터 신청 기간을 늘렸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단과대에선 신입생 40명 중 10명만 새터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광고 로드중
경희대 경영대는 음주를 안 하는 신입생들에게 ‘금주 인증용’으로 야광 팔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영대 학생회장 송원섭 씨(24)는 “대학 커뮤니티와 학생회에 ‘음주가 두려워 참여하지 않겠다’는 신입생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며 “새로운 새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 4가지 색상의 팔찌를 준비해 원하는 만큼만 음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인문대 새터기획단은 새터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약 40명에게 커피와 치킨 등 기프티콘 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기획단장 김철진 씨(21)는 “참여하겠다는 학생이 적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기프티콘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의 한 단과대도 상품권과 전자기기 등을 새터 참여 경품으로 내걸었다.
●“모르는 사람과 숙박 불편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대학 신입생 상당수는 단체 활동이 낯설다는 분위기다.새터에 불참하는 서울과기대 시각디자인과 신입생 이영서 씨(19·여)는 “모르는 사람들과 숙박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과기원 신입생 배모 씨(19)는 “개인 생활에 익숙한데 새터에 가면 집단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재학생은 새터 같은 대학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경희대 2학년 박현우 씨(21)는 “몇 년 후에는 새터라는 명칭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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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