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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명품시장은 아태지역 성공 바로미터… K팝스타 파급력 커”

입력 | 2023-02-06 03:00:00

닉 브래드스트리트 세빌스 디렉터
“팬데믹 후 中 의존도 줄이는 추세
동남아 진출에 한국이 중요 척도
‘디올 성수’ 등 맛보기용 시도 성공”



닉 브래드스트리트 세빌스 총괄 디렉터는 “한국 시장은 탄탄한 명품 수요와 인플루언서 문화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K팝이 있는 한국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아태 시장 성공을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 같은 곳으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명품 브랜드는 엔데믹 이후 한국 매장을 확장하기 위해 검토 중이고 신규 브랜드도 진입을 타진 중입니다. ”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센터(SFC)에서 만난 닉 브래드스트리트 세빌스 아태지역 총괄 디렉터는 “한국이 일본, 중국을 제치고 명품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시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빌스는 1855년 설립 이래 샤넬,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입점을 담당해온 리테일·부동산 컨설팅 기업이다. 브래드스트리트 디렉터는 홍콩에서 주요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30년 가까이 아태지역에서 명품 및 글로벌 브랜드 입점을 도맡아 왔다. 현재 애플, 룰루레몬, 샤넬, 루이뷔통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브래드스트리트 디렉터는 “한국 시장은 명품 브랜드의 테스트베드가 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요 시장이던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이 높은 한국은 아태지역 브랜드 성공 여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곳이 됐다는 설명이다.

명품 시장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와 K팝 아이돌로 대표되는 인플루언서 문화 때문이다. 명품 수요가 높아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매출량이 보장되는 데다 세계적 파급력을 가진 K팝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도 용이하다. 실제 지난해 K팝 블루칩으로 떠오른 걸그룹 뉴진스는 데뷔 6개월도 안 돼 구찌, 루이뷔통, 버버리의 앰배서더를 맡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 다양한 ‘맛보기용’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디올 성수’ 팝업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있는 매장을 그대로 재현해 인스타그램 핫 스폿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다만 모든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브래드스트리트 디렉터는 “백화점이 중심이 되는 한국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좋은 브랜드도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계열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대표적이다. 2019년 국내에 진출했으나 부진한 상태다. 그는 “(브랜드 개별 숍이 강한 외국과 달리) 백화점에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한국 화장품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리테일은 부활할 것으로 예측했다. 브래드스트리트 디렉터는 “경험을 통한 즐거움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며 “고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붙잡아주는 창의적인 체험형 매장 역시 오프라인 부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