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월평균 3000만명 사용 전체 50만개 중 20만개 작년 선보여 관련 시장 급성장에 작가도 1만 명 맥락 잘 맞고 유행에 민감해야 성공
카카오톡이 선정한 ‘2022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 중 하나인 망그러진 곰 시리즈.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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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작가 유랑은 4년간 20여 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지만 무명을 면치 못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이모티콘을 그렸다”고 했지만 월수입 100만 원을 넘기지 못하는 달이 많았다.
2021년 4월 ‘망그러진 곰’(망곰) 시리즈가 출시된 뒤 유랑은 ‘스타 작가’가 됐다. 출시 직후 10·20대 인기 순위에 올랐다. 대충 그린 듯한 외곽선이 ‘하찮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중했다. 망곰은 ‘2022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 중 하나로 꼽혔다. 유랑은 지난해 망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연재, 캐릭터 상품 출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을 진행했다. 수입도 늘었다. 그는 “1년에 한두 번씩 흔쾌히 부모님 여행 보내드릴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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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2017년 누구나 자유롭게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출범시킨 뒤엔 ‘이모티콘 작가’라는 직업이 생겼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모티콘 작가는 약 1만 명으로, 최연소 작가는 12세, 최고령 작가는 83세다.
이모티콘 시장은 바뀌는 유행에 뒤처지면 금세 외면받는다. 과거 캐릭터의 특징이 눈에 띄는 ‘웰메이드’ 이모티콘이 인기를 누렸고, 이후 흰 색감과 둥글둥글한 덩어리 같은 입체감을 주는 이모티콘들이 흥행했다. 최근엔 ‘망곰’ 같은 귀여움과 하찮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이 대세가 됐다.
이모티콘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가 2021년 출시된 뒤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기존에는 2500원인 이모티콘을 소비자가 구매하면 작가들에게는 건당 700∼750원가량이 분배되는 구조였다. 반면 이모티콘 플러스는 이용자들의 전체 사용량에서 점유율을 기준으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