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기획]강원도 겨울 사진 명소서 인생샷 잘 찍는 법
《사진기자가 알려주는 ‘인생샷’ 비법
눈 내린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인 설 연휴. 산세가 웅장한 강원도 명소에서 어떻게 하면 멋진 사진이 나올까? 인생샷을 건지는 데 유용한 노하우 다섯 가지를 동아일보 사진기자가 소개합니다.》
자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진 속 인물의 비중을 작게 하는 것도 괜찮다. 자작나무와 내가 하나가 되는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인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설국’ 펼쳐지다 인제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탐방로 주차장에서 산길을 한 시간가량 오르자 눈앞의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솔길 너머 눈 덮인 하얀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90만여 그루의 자작나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이 숲의 공식 이름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가 바람에 서로 스칠 때마다 소곤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매끈한 자작나무를 꼭 안아봤다. 촉촉한 감촉과 박하 같은 향에 머리가 맑아진다. 자작나무로 만든 움집 앞은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역동적 포즈는 고속연사 하늘 높이 눈가루를 흩날려 보지만 사진에 담지 못했다면? 그건 고속 연속 촬영을 안 했기 때문이다.
겨울 인생샷 팁 둘. 로 앵글(Low Angle)을 활용하자. 보통 찍는 사진 대부분은 눈높이 앵글(Eye Angle)로, 촬영하기 편하지만 단조롭다. 카메라를 배꼽 아래로 설치해 보자. 낮은 위치에서 대상을 찍으면 개성 있는 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눈밭에서 ‘점프샷’을 도전해 보자. 촬영자가 누운 채 찍으면 역동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다리가 길게 보이는 효과는 덤이다.
● “김신-지은탁처럼” 강릉 영진해변
드라마 ‘도깨비’(2016년)는 지금도 강릉 경포에서 조금 떨어진 영진해변의 주문진 방사제로 사람들을 이끈다. 검정 우산을 든 도깨비 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던 곳. 일명 ‘도깨비 방사제’다. 방사제는 모래가 쓸려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구조물. 방사제는 4개로, 바다를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에서 세 번째가 드라마 촬영지다. 오랜 세월 파도를 견딘 방사제의 울퉁불퉁한 바닥, 파도에 밀려온 바닷물이 고여 만든 웅덩이가 정겹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훈훈한 광경도 펼쳐졌다. 다만 방사제 바로 앞이 깊은 바다여서 날씨가 험할 때는 너울성 파도가 휘몰아쳐 위험하다. 이런 날은 아쉬워도 촬영을 접어야 한다. 수평선은 허리 높이 서로를 향해 하트를 주고 받는 연인들의 모습.바다의 수평선은 가슴 아래에 위치해야 보기에 좋다. 얼굴에 가까우면 답답한느낌을 준다. 강릉=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눈벌판이 내 세상”… 대관령 삼양목장
평창 대관령 삼양목장은 해발 850∼1470m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목장이다. 1983만5000㎡(약 600만 평)에 이른다. 광활한 들판에 눈이 쌓이면 은세계가 펼쳐진다. 전날 목장 인스타그램과 기상청을 통해 눈이 내렸는지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일찍 가면 좋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남겨 보자. 영화 ‘연애소설’(2002년)에 나온 ‘차태현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좋겠다.노출 보정은 후보정 앱으로 영화 ‘연애소설’에 나온 ‘차태현 나무’에 눈꽃이 피어 있다. 흰색의 눈이어둡게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고 후보정 앱에 맡겨보자. 삼양목장 제공
어둡게 찍은 사진은 후보정 프로그램으로 살릴 수 있지만 너무 밝게 찍은 사진은 후보정하기 어렵다. 무료 후보정 앱도 많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사진을 올리기 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조정되는 기능이 많다. 촬영한 이후는 후보정 앱에 맡기고 자동모드로 찍자. 사랑하는 이와 추억을 쌓는 게 먼저니까.
원색의 옷 입으세요 붉은 색감의 스웨터가 인물을 훨씬 돋보이게 한다. 뒷모습샷은 요즘 유행하는 인생샷 중 하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