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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새해 첫 거래일 시총 2조달러 붕괴… 테슬라는 12% 급락

입력 | 2023-01-05 03:00:00

[경기침체 경고등]
美 빅테크, 美中 경기둔화에 휘청
애플, 전 거래일 대비 3.7% 하락
WSJ “부자+침체 ‘리치세션’ 올것”




애플과 테슬라를 주축으로 한 미국 ‘빅테크’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테슬라와 빅테크 5대 기업(FAANG·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시가총액은 총 4조 달러(약 5087조 원) 증발했고 새해에도 이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미국 뉴욕 증시의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7% 떨어졌다. 종가 기준 2021년 말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했던 시총 또한 2조 달러(약 2547조 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애플은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지난해에도 시총 2조 달러 선을 지킨 유일한 기업이었지만 침체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테슬라 역시 12.2% 급락했다. 테슬라 시총은 2021년 11월 1조2300억 달러에 달했지만 3414억 달러로 줄었다. 이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또한 모두 내려 우울한 새해를 예고했다.

애플과 테슬라는 모두 중국에 대한 생산 및 판매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각국 금리 인상이 촉발한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애플이 수요 둔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각 부품업체에 에어팟, 애플워치, 맥북 노트북 등의 부품 생산량을 줄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등에 따른 리더십 위기 또한 겪고 있다. 주가는 지난해 전체로는 65%, 지난해 12월에는 44% 떨어져 ‘테슬라 쇼크’란 말이 나왔다. 지난해 차량 인도 대수가 131만 대로 전년 대비 40%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50%)보다 낮아 전기차 시장의 비관론에 불을 질렀다. JP모건 등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낮췄다.

세계 경기 침체의 전운이 드리운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침체가 온다면 ‘부자(Rich)’와 ‘경기 침체(Recession)’의 합성어인 ‘리치세션(Richcession)’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대규모 감원이 빅테크, 투자은행 등 고소득 직종을 중심으로 확산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경기둔화에 애플-테슬라 휘청… 삼성-LG 등 납품기업 긴장



새해 시작부터 빅테크 주가 급락
아이폰 1분기 출하 22% 감소 전망… 테슬라, 작년 생산량 목표치 미달
‘빅2’ 생산거점 中, 코로나 리스크… 美-中제조업 지수 하락세 이어가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새해 첫날부터 큰 폭 하락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경기 전망이 좋지 않고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두 기업의 생산 및 판매 부진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됐다. 애플과 테슬라에 부품을 제공하는 LG이노텍과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 애플 시총, 약 2년 만에 2조 弗 하회

미국 주식시장의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74% 낮은 125.07달러로 마쳤다. 시총 2조 달러(약 2547조 원) 선도 무너져 약 1조9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시총이 2조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약 2년 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애플 주가는 2020년 8월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1월 장중 한때 3조 달러도 넘었다. 이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거듭된 금리인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내 생산 차질 여파 등으로 계속 하향세다. 한때 180달러를 넘었던 주가 또한 120달러대로 내려왔다.

미 시장정보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1∼3월)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비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또한 최근 부품업체에 생산량을 줄이라고 통보했다.

테슬라 주가 또한 12.2% 급락한 108.10달러로 마쳤다. 장중 한때 14%까지 떨어진 후 막판 낙폭을 조금 줄였다. 이날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판매 대수가 2021년보다 40% 증가한 131만 대라고 밝혔다. 연 50% 성장을 자신했던 회사 목표치에 미달했다. 이후 JP모건, 웨드부시증권 등 월가 투자은행이 목표 주가와 향후 이익 전망치를 속속 낮췄다.

두 빅테크 공룡의 주가 급락에 국내 관련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한국 증시의 삼성SDI 주가는 전일 대비 0.33% 하락했다. 삼성SDI는 테슬라에 차세대 원형 배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이미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에 3차원(3D) 센싱 모듈,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또한 애플의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6.9%에서 지난해 3분기(7∼9월) 74.8%로 급증했다.
○ 美-中 제조업 경기도 위축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향후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3일 발표한 미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점(50)보다 낮은 46.2를 기록해 경기 위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20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저치이며 지난해 11월(47.7)보다 낮았다. 시언 존스 S&P 글로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둔화와 경제 불확실성이 올해 미 제조업계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같은 날 발표한 중국의 12월 제조업 PMI 또한 49.0으로 지난해 11월(49.4)보다 하락했다. 중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기준점인 50을 밑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으로 중국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속속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내수 경기는 물론이고 여행, 외식 등 세계 서비스업계의 빠른 회복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전문 연구소 ‘차이나베이지북인터내셔널(CBBI)’은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국 주요 기업의 실적 또한 지난해 3분기보다 나빠졌다고 2일 진단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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