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전역에서 의회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기준 관련 사망자 수가 7명으로 늘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페루에서는 지난 7일 의회가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몇 시간 만에 승계 서열 1위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취임시키자, 이에 반발하며 민주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페루 제2 도시 아레키파에서는 약 2000명의 시위대가 공항 활주로 조명을 부수고 보안 부스를 불태우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당국은 공항을 폐쇄하고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하며 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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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1일)부터 각지에서 시위가 격화하면서 지금까지 총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익명을 요구한 국선변호인실 관계자를 인용해 AFP는 전했다.
마르타 우르타도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관련자들은 모두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페루 당국을 향해서도 “사람들이 평화로운 집회와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시위 관련 사망자가 늘어난 점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표한 조기 총선 약속이 통하지 않았다는 데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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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볼루아르테 신임 정부의 임기가 그때까지 보장될 지조차 불명확한 데다, 최근 6년간 대통령이 6번이나 바뀐 데 폭발한 시민 불만이 ‘2년 뒤 총선’ 약속으로 잠재워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적다는 회의론이 제기됐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탄핵안 가결 직후 멕시코 대사관으로 망명하던 도중 당국에 체포돼 구금 중이며,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중남미 여러 좌파 정부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반민주적 괴롭힘의 희생자’라는 내용의 지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페루 의회는 보수우파가 장악 중인 ‘여소야대’ 구도로, 지난 6년간 입맛에 맞지 않는 대통령에게 ‘도덕적 결함’ 혐의를 제기해 탄핵을 시도해 왔다. 2016년부터 대통령이 6명이나 교체되는 정국 대혼란의 주범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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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계 혈통에 시골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 대통령은 교원노조 지도자로 이름을 알린 정치신예로 부패와 기득권 타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재분배 등을 기치로 돌풍을 일으켜 지난해 당선했다.
그러나 ‘17개월 천하’로 끝난 임기는 자신 및 가족에 대한 6차례 검찰 조사, 연료·비료 가격 폭등으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여소야대 의회에서의 권력 투쟁 등으로 얼룩졌다.
일각에서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국가경제 ‘최대 돈줄’ 광물·석유·수력·가스·통신 등 주요 산업 국유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 주도 경제 개혁을 추진하려다 기득권의 역풍을 맞은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페루를 비롯한 남미 대부분의 자원 부국에선 백인계 기득권층이 유럽 등 서방 기업들과 결탁해 부를 독점하는 문제가 사회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서울=뉴스1)